시와 함께하는 공간

얼음박물관 관람기

꿈낭구 2011. 2. 22. 13:54

얼음박물관 관람기

                                      -홍일표-

 

꽝꽝 얼어붙은 계곡

이따금 꿈틀거리는 물의 등줄기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물속에서 누가 둥그런 눈을 껌벅인다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니

독거노인이 혼자 웅크리고 앉아

흐르는 물에 설거지를 하고 있다

달그락달그락 유리그릇 부딪는 소리

허리 굽은 노인의 등허리에

일찍 저무는 산그늘이 내려앉는다

돌아앉은 적막강산에 기대어

우두둑 노인이 허리를 펴고 일어선다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바람이 겨드랑이를 부축하고

촐랑이는 물소리도 따라나선다

산 아래 움막이 있는 하류까지 아기작아기작

막둥이 같은 돌멩이의 언 손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흘러간다

천천히 쓸쓸해진다

 

 

 

 

 

꽁꽝 언 겨울 계곡 얼음박물관에는 아직 유물은 아닌 오래된 사람,

생존하는 오래된 사람인 노인이 들어 있다.

언 물을 깨고 독거의 식기 몇 개 웅크려 설거지하고 있는 형상으로.

그 형상 물구덩이에 눈도 껌벅여 비춰주고,

달그락 유리 그릇 부딪치는 소리까지 들려준다.

이 오래된 사람,

얼음박물관에서의 설거지 몇 번이나 더 남아 있을까.

내리는 어스름에 우두둑 일어서 마지막 거처 산 아래 움막으로

아기작아기작 흘러가는 유물 대기자.

동절기 얼음자연박물관 관람 쓸쓸한가, 쓸쓸해지는가. <이진명·시인>

 

 

 

 

얼마전 산행중 계곡의 얼어붙은 얼음장 아래로

바로 이런 얼음박물관 관람을 했더랬다.

한참을 들여다보았었는데

오늘 너무나 똑같은 모습을 이 시를 통해 발견했다.

지금쯤은 볼 수 없는 풍경이리라...

하트모양으로 녹은 눈이 발길을 붙잡기에

신기해서 들여다보느라 이곳에서 또 한참을...

눈과 햇볕이 만들어낸 하트...

순간포착!!

'시와 함께하는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좋은 당신  (0) 2011.02.27
사랑  (0) 2011.02.27
오늘, 쉰이 되었다  (0) 2011.02.01
목련꽃 브라자  (0) 2011.02.01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0) 201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