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살림살이의 훈장?

꿈낭구 2011. 6. 21. 11:54

 

 

항아리 속에 담긴 세상이 재미나다.

깨끗이 목욕한 항아리에 담긴 물속에 담긴 초록빛 세상이 평화롭다.

내 마음도 이렇게 일렁이지 않고 늘 평화로울 수 있다면...

 

바야흐로 저장식품 만드는 계절이다.

각종 장아찌에 셀 수 없이 많은 여러가지의 엑기스들...

살림 잘하는 주부들은 요맘때면 한 해의 먹거리들을 장만하느라 분주해진다.

나도 그 대열에 끼어들어 흉내라도 내볼까~하여

보기만해도 입에 신물이 고이는 초록매실로 엑기스를 담그리라

부푼 꿈을 안고 뒷베란다에 자리한 유리 저장용기들을 점검했다.

작년에 담근 매실장아찌가 아직 많으니

올해엔 엑기스만 하려고 10kg을 주문을 해놓고

작년의 엑기스를 병에 옮겨 담느라 수선을 떨었다.

그 옆에 마늘 엑기스 항아리까지 살펴보니

마늘 알갱이에서 따라낸 후에 다시 생성된듯 상당한 엑기스가 고여있어서

알갱이를 건져 그냥 버리기 아까워 일회용장갑을 끼고

베보자기에 싸서 눌러 짜기를 시도했는데

500ml 정도의 엑기스가 나와 덤으로 얻은 기쁨에 충만했는데

어휴...자고나니 손이 아프다.

너무 욕심을 낸 탓일까?

자린고비 정신이 넘 투철했던겨...

아픈 손을 달래가며 항아리를 말끔히 씻어 우려내기 위해 물을 가득 채우고

항아리 속의 내얼굴을 들여다 보니...얼굴도 부었다.

얼굴이 조막만하니 요만하지 안그랬음 항아리에 가득 찰 뻔 하였다. ㅋㅋ

내년에는 이런 수선 떨지말고 사먹어야지...

그러고보니 작년에도 똑같은 다짐을 했었고나~~

가사노동을 할 때 무아지경에 빠진다는 누군가의 고백이

실감나는구만...

그래두...내 손으로 만들어야쥐~

울식구들이 일 년 내내 먹게 될 것인디...

오늘 저녁에는 유기농설탕 사러 가자고 졸라야지.

수박 한 통도 맘놓고 들지 못허는 이 고장난 팔이며 어깨는

살림살이의 훈장이렷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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