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간만의 산행

꿈낭구 2018. 3. 30. 16:47


올봄엔 생강나무 꽃도 못보고 지나쳐서

아쉬운 마음에 얼레지랑 개별꽃을 만나러

내가 좋아허는 계곡길 산행을 선택했다.

힘차게 흘러내리는 폭포 아래

언덕배기 얼레지 군락지가 있는데

숨겨두고 우리끼리만 보구 싶은 곳이었다.

예전엔 온통 보라빛 얼레지 군무를 볼 수 있어 황홀했었는데

몰지각헌 사람들에 의해 쑥대밭이 되어

이렇게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해가 살짝 기우는 오후 시간임에도

바람난 얼레지 아가씨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그 많던 얼레지가 다 어디로 갔을까?

야생화 꽃집으로 강제이주를 당했을까?

철없이 마냥 해맑은 꽃아가씨에게

낙엽 이불이라도 씌워줘서 고약헌 사람들 눈길을 피하게 해주고 싶다.

내가 봄이면 젤루 맘을 빼앗기는 꽃.

개별꽃이다.

바닥에 납작 엎디어서 눈을 맞추고

이렇게 한참을 같이 놀았다.

가냘프고 오밀조밀허니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은지...

진달래도 어느새 산을 핑크빛으로 물을 들이고 있었다.

이 어여쁜 솜씨라니...

봄의 생기를 잔뜩 머금고

봄바람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마법의 밴치에 누워 하늘바라기를 하고 한참을 놀다가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폭포를 지나

우리만의 비밀의 장소로 살금살금 올랐더니

그곳은 온통 진달래 꽃잔치다.

큰그늘사초가 멋진 화관을 쓰고 있다.

가까이 숨을 죽이고 꽃술을 들여다보니

털이개 같당.ㅎㅎ

더 윤기나게 새잎이 나오믄

곱게 땋아주리라.

진달래 화전을 부쳐볼 요량으로 꽃을 한 줌 따서

능선으로 올랐더니 꽃이 예전만 못허다.

간벌 전엔 이곳 능선은 진달래꽃 터널이었드랬는딩...

골짜기 아래로 제법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허공에 걸쳐있다.

걍 지나칠 수 있나.

이 재미난 놀이를 마다허고...

밑에서 보는것 보다 막상 위에 올라서니

중심을 못잡아서 떨어지는 날에는...

남푠은 어서 내려오라고 야단법석이공. ㅋㅋㅋ

해질녘의 진달래꽃이 훨씬 더 이쁜디...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도 알아듣고

곧 해질무렵에 또 와서 함께 보잔다.

요거...작년에 배웠던 것인디

고새 까묵었다.

에효~! 하나를 배우믄 둘을 이자뿐지는 나이가 되얏네벼.ㅠㅠ

기억을 되살려보려는데

허믄 헐수록 더 더욱 알쏭달쏭.

이럴땐 걍 패쑤~!!

그러다보믄 어느 순간에 섬광처럼 떠오를것이니께...

이쁜 봄아가씨들을 만나고 내려오는 길에는

산새들이 재잘재잘

연초록 어린 잎들이 싱그러움을 잔뜩 머금고 있다.

이 산길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스며있는지 모른다.

퇴원후 혼자 몇 해를 이 산길을 오르내렸는지...

그래서 이곳이 우리에게는 특별한짇 모르겠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에게 까지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어주고

참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었다.

작년 봄엔 바쁘단 핑계로 이렇게 멋진 이곳에서의 봄을 놓치고 말았는데

올봄엔 자주 더 자주 찾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