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잡채
오늘 즘심에는 콩나물잡채를 만들었어요.
참말루 오래간만에 맛을 보게 되얏네요.
울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그 맛깔스런 맛에는 비헐 수 읎지마는
엄마 생각허믄서 아주 벼르고 만들어 본 반찬입니다.
재료 : 콩나물 천 원어치, 미나리 반 단, 삶은 고사리 가볍게 한 줌,
고춧가루3T,2배식초 반 큰술, 설탕2.5T,다진 마늘1T,통깨1T
어저끄 새벽에 재래시장 천변에 잠깐 장이 서는 새벽장 귀경허러 갔었쥬.
매일 새벽마다 서는 장인지
아님 주말에만 서는 장인지는 잘 몰긋는디
작년 봄엔가도 근처 꽃동산에 봄꽃구경 겸사겸사혀서
이 새벽시장을 갔드랬는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깜짝 놀랐구요
직접 채취하거나 가꾸어 들고 나오신 어르신들께서
덤으로 듬뿍듬뿍 얹어주시는 넉넉함에다
마트보다 훨씬 싼데 또 한 번 놀랐드랬죠.
요즘 한창 맛있는 미나리와 고사리를 보니 콩나물잡채가 생각나서
콩나물 천 원어치를 샀는디
워메...요즘 천 원 갖고 시장에서 뭣을 사긋어라잉?
근디 워찌나 푸짐허게 뽑아주시는지 송구스러울 지경이었당게여.
미나리랑 콩나물이랑 과일들을 사서 집으로 곧장 왔어얀디
갑자기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을 먹고싶대여.ㅎㅎ
결국 콩나물국밥을 사먹고는 배가 불러서 소화도 시킬겸 잠깐 걸어보기로 했다가
천주교 성지로 알려진 치명자산꺼정 올라가게 된것여라.
전주에 여태 살믄서도 늘상 높은 산 위에 성당이 있어 올려다보기만 했지
가본적이 없었거든요.
ㅋㅋ결국 치명자산에서 중바위꺼정 올라갔다가
한옥마을로 싸돌아댕기다가 집으로 오후가 되어서야 돌아왔는디
차 트렁크 속에서 콩나물이 이케 되얏뿐졌드랑게여.
어저끄 한낮 기온이 여름날씨를 방불케 더웠으니
노랗던 콩나물 대가리는 파랗게 변허고 꼬리는 말라비틀어져서뤼...ㅠㅠ
요거 거두절미허는디 월매나 허리가 뒤틀리고 심들었나 몰러요.
샐마 낮은 냄비여다가 무수분으로 아삭허니 데쳐낼거야요.
그나저나 이 아까운 콩나물대가리는 암짝에도 쓸모가 읎으까여?
버리기는 아깝고...콩나물머리통국이라도 끓여부와??
미나리는 글두 콩나물보다는 수분이 많아서 그랬는지
비교적 양호헌 상태였어요.
콩나물잡채에는 줄기만 필요허니께
미나리 한 단 다듬는데도 또 허리가 뒤틀릴 지경...
꾀가 나서 한옥마을 돌아댕기다 샀던
떡집에서 바로 뺀 낭창낭창헌 가래떡으로 거래를 혔어라.
남푠의 도움이 절실헌 상황인디
누구보다도 가래떡을 좋아허는 남푠인지라 금세 성사가 되얏쥬.
그리하야 거실에 커다란 쟁반 하나씩 놓구 나란히 앉아서 TV를 보며
콩나물과 미나리 다듬는 사업을 벌였당게여.
어제 미나리를 데쳐서 일단 냉장고에 들여놨다가
오늘 꺼내서 먹기좋은 길이로 잘랐어요.
고사리는 이제 햇고사리가 나오는지라
얼마전 묵은 고사리를 넉넉허니 삶아서
요렇게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뒀었거덩요.
고사리 삶는게 번거로우니 저는 이렇게 꾀를 낸답니다.
육개장에도 넣고 조기매운탕에도 넣기 좋게 잘라서 지퍼백 작은데다 넣어서 말입죠.
어젯밤에 냉장실로 옮겨뒀더니 적당헌 상태로 해동이 되얏네요.
미나리와 고사리가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환상의 짝 콩나물을 지달리고 있는 사이
아삭아삭허니 콩나물이 무수분으로 데쳐졌어요.
사실...어저끄 넘 힘들어서 천 원어치 산것 중에서 절반 정도만
요렇게 거두절미 혔었거덩요.
미나리 다듬는 사업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려서
절반만 다듬고는 절반은 콩나물국밥에 쓸거라고...ㅋㅋ
원래는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얀디 분쇄용 미니믹서가 시골집에 있어서
걍 일반 고춧가루로 넣었어요.
뭐 손님상에 낼것두 아니공
새사돈네집에 보낼것도 아닝게로...
ㅋㅋ지헌테도 이런거 보낼 새사돈이 생겼음 좋긋네여.
꽃띠 울딸랑구가 어여 눈 크게 뜨고 멋진 남자친구를 찾어봤으믄 좋긋는디
도통 그쪽으로는 신경을 안 쓰는 눈치라 살짝살짝 조바심이 낭만유.ㅋㅋ
식초는 국물이 많이 나지 않도록 2배식초를 이용했구요.
마늘이랑 설탕이랑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조물조물~~
송송 다진 대파와 통깨를 넣었어요.
새콤달콤매콤헌 콩나물잡채가 완성되얏네요.
물론 간이 젤루 중요허지만
요것은 고사리가 맛을 좌우허는것 같지요?
고사리에서 비린내가 나믄 맛이 확~! 달아나요.
오늘의 요 고사리는 울형님께서 직접 꺾어 말려주신거라서
아주 부드럽고 맛있어요.
가차이 살믄 요렇게 맛난 콩나물잡채를 울형님께 한 접시 드리고 싶은딩...
우리 어릴적엔 잔치상에 요게 빠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콩나물잡채를 생각허믄서
아주 맛나게 먹으려니 울딸랑구 군침 삼키는 소리도 들리는듯 허고
울언니들 생각도 나구요.
어찌보믄 지헌티는 요 콩나물잡채가 추억의 음식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