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옆집 살구나무가 드디어 꽃망울을 터뜨렸네요.
지붕 위 가지끝에선 꽃송이가 하나 둘
팝콘 튀듯이 따뜻한 햇살에 터지기 시작합니다.
살구나무는 엄청 빨리 자라더라구요.
울집 뒷뜰에도 예전에 살구나무가 있었는데
살구가 익어서 떨어진거 줏으러 나갔다가
가지끝의 거미줄을 피하려다 그만 목이 삐끗해서
울딸랑구 어릴적에 남푠이 한동안 목이 불편해서
한의원 침치료를 받던 때가 생각나네요.
아빠 치료받는 모습을 보면서
목과 머리에 꽂힌 침을 보고
우리아빠가 고슴도치가 되었다고 놀라던 아이 생각도 떠오르고요.
그 후로도 한동안 운전하기도 불편할 정도로 힘들어서
닭발을 사다 삼씨를 넣고 고와서 주기도 하고
좋다는 민간요법을 다 해선지 낫고 나서
살구나무를 가차없이 자라버렸거든요.
그 이후로 한참 지나서 심은 옆집 살구나무가 이렇게나 고목이 된걸 보면
울집 살구나무는 지금쯤 얼마나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ㅎㅎ
담장을 타고 이 살구나무로 냥이들이 날름 올라가서
살구꽃이 피면 지붕 기와위에 앉아
살구나무에 날아드는 새들을 사냥하기도 하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기도 하더라구요.ㅋㅋ
가지가 담장을 넘어 떨어지는 낙엽에 홈통이 막히고
나무가 너무 높으니 소독도 못하니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들이
울집까지 날아들어서 너무 성가셨는데
태양광 집열판에 그늘이 져서 양해를 구하고
담 넘어온 가지들을 잘랐어요.
비가 와서 떨어진 벌레먹은 살구를 주워서 땅을 파고 묻는것도
참 힘들었었는데 이렇게 크게 자라는줄 모르고 심은거겠지요?
암튼 햇볕을 향해 가지를 뻗다 보니
우리집 쪽으로 더 많이 자라서 그대로 두면 점점 피해가 커지고
그러다보면 서로 불편해질 소지가 있겠더라구요.
나무가 워낙 커서 자르는것 조차도 이제는 힘들 정도라서
애를 먹었거든요.
침실에 누워서 활짝 핀 살구꽃을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니
그쯤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되겠지요?
이 나무를 볼때마다 저는 고향집
저 어릴적 옆마당에 이 보다 더 컸던 매실나무가 생각나요.
나무에 올라가서 소꿉놀이를 하며 놀기도 하고
나무에 그네를 매고 신나게 그네를 타며 놀았었는데
봄이면 매화 향기가 온 집에 가득했었지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은 아니고 마을이라고
노래를 불러봅니다.
그리운 내 고향집에 엊그제 어릴적 옆집 소꿉동무가
다녀왔다며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집도 다 헐리고 뒷동산도 밀어서 평지처럼 만들어서
우물터만 남기고는 밭이 되었더라구요.
그 많던 꽃이며 나무들이며 동백나무랑
아...내 고향은 이제 꿈에서나 볼 수밖에 없다니 서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