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2021년 5월 17일

꿈낭구 2021. 5. 17. 18:59

연일 비가 내립니다.

애기동국이 비에 흠뻑 젖었어요.

오늘은 비가 내려서 낮달맞이꽃이 낮달도 못만나서 그런지

빗방울에 흠뻑 젖은 꽃송이가 땅을 향하고 있어요.

그토록 어여쁘던 작약이 비에 젖어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내리고

꽃받침과 씨방과 노란 꽃술이 어지러이 떠날준비로 분주한가 봅니다.

이른 봄부터 가장 먼저 깨어있더니

명이 길기도 합니다.

아직도 떠날 시간이 아니래여.

젖은 머리 곱게 빗어넘기고 긴 세월 살아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봅니다.

탐스런 꽃송이가 하필 빗속에서 피어나는 바람에

아기 장미를 등에 업고 있네요.

사계국화가 울집에 오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꽃과 잎이 녹으면 어쩌나 했더니 젤루 씩씩하네요.

잎이 동글동글한 작은 잎이 귀여운데

꽃도 작고 앙증스러워서 눈길을 끌어요.

바이덴스가 비에 젖으니 더 빛깔이 선명하네요.

새순이 올라온 주목이 여린 잎으로 한창 예쁠때인데...

허브가 공조팝나무 꽃비를 맞고 흰점바구가 되었어요.ㅎㅎ

비에 젖은 작약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무척이나 싱그럽습니다.

새로 사다 심은 장미찔레가 꽃을 피웠는데

하필 비가 내려서 아리따운 자태를 뽐낼 기회를 놓친것 같아서

한참을 마주하고 눈인사를 나눴지요.

우중에도 날개가 젖지 않나봐요.

비에 젖은 꽃잎 위에서 꽃가루를 탐하고 있어요.

도대체 뉘 소행일까요?

날마다 야금야금 이 샤스타데이지의 꽃잎을 잘라먹는 고얀 녀석이...

꽃봉오리가 목을 빼고 해를 기다리고 있어요

가냘픈 줄기가 비에 흠뻑 젖어서 허리가 휘었는데

꽃잎은 용케도 잘 견뎌내고 있네요.

뽀삐의 화려함은 빗속에서도 여전합니다.

옮겨심고 점점 누렇게 시들어가던 찔레를

행여나 하고 잘라서 삽목을 했었는데

대견하게도 이렇게 새잎이 나오고 있어요.

얼마나 고맙던지...

비만 아니라면 꽃양귀비 꽃밭이 되어 환할텐데...

가시방망이 같은 꽃망울이 참 신기하게 생겼어요.

실크 같은 꽃잎을 보호하기 위한 나름의 비장한 무기겠지요?

오죽의 6형제에서 8형제가 되었다기에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어느새 일가족이 이렇게 연두연두한 댓잎을 달고 씩씩하게 올라오고 있어요.

장미원의 터줏대감격인 빨간장미.

꽃송이가 작고 야무져요.

비가 내리니 장미향기를 즐길 수 없는게 아쉽네요.

꽃송이들이 비에 흠뻑 젖어 더 말간 얼굴입니다.

어제 이웃집에서 얻어다 심은 자주달개비 꽃입니다.

비가 내려서 다행히 옮겨 심었는데도 몸살을 면하게 됐어요.

꽃말은 '짧은 사랑' ,'외로운 추억' 이라는

안타까운 꽃이지만 한 송이씩 피어날때마다

찬란한 사랑으로 피워내나 봅니다.

어릴적 고향집 옆마당에 이 꽃이 꽃밭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꽃이라서

추억의 꽃이랍니다.

보라빛 세 장의 꽃잎에 샛노란 꽃술이 정말 예쁘지요.

많이 늘어나서 이 꽃으로 꽃밭 울타리를 만들고 싶어요.

하늘하늘 노란 꽃송이들이 바람결에 춤을 추더니

비가 내리니 꽃문을 닫아걸고 몸을 사리고 있는 고들빼기 꽃입니다.

사과가 제법 야물어졌네요.

오이 모종을 휘감고 자라서 호박과 까마중을 뽑아냈다더니

비가 내리니 뽑힌 자리에서도 이렇게 싱싱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네요.

시어머님을 추억하게 되는 우단동자 꽃이 우아한 모습으로 인사를 청합니다.

어머님께서 꽃씨를 뿌려주셨는데 아직도 이렇게 여기저기에서

화사한 꽃을 피웁니다.

벨벳 같은 윤기나고 부드러운 잎도 참 이쁜 꽃이지요.

앵두가 제법 자랐어요.

작년에 해거리를 하더니만

올해는 아주 엄청나게 달렸네요.

민들레의 한살이를 들여다 볼 수 있어요.

저마다 충실하게 이번 생을 갈무리하고 있네요.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려나 봅니다.

흰민들레는 되바라지지 않고 순수함 그대로 간직한듯 해서

너무 사랑스러워요.

노란 민들레는 거의 뽑아내고

흰민들레만 남겨두는지라 흰민들레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어요.

민들레 홀씨를 다 날려보내고도

아직도 남은 마무리를 해야하나 봅니다.

내년 봄에 다시 어여쁜 모습으로 찾아와줄거지?

감자꽃이 활짝 피기도 전에 비에 흠뻑 젖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