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오랜만의 텃밭 작업

꿈낭구 2022. 9. 15. 17:49

새벽에 딸랑구 런닝머신 소리에 잠 깨어

잠자리에서 누운채로 몇 가지 스트레칭 겸 운동으로

몸을 풀고 일어나 아침 기도.

습관처럼 2층에 올라가 동이 트는 모습을 본다.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반대편 하늘에는 달이 보인다.

어느새 호박 덩굴이 감나무까지 뻗어 나 꽃이 피어서 보니

주먹만 한 호박도 열렸다.

언니가 기념식수한 '엄마생각' 감나무인데

몇 년이 지나도록 감이 안 열려서 애를 태우는데

호박 덩굴이라니...

오늘은 호박 덩굴을 제거해 달라고 해야겠다고 벼르다.

2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뒤뜰의 텃밭을 보며

너무 무성해서 오늘은 대대적으로 정리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김장 채소인 항암배추 20 포기가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실패한 것은 없는 듯.

당근은 다른 해에 비하면 넘나 볼품없는 모습이다.

그래도 김장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뒤늦게 심은 땅콩 때문에도 성가셨을 거다.

경종 배추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지라

솎아줘야 하는데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도

아까워서 못 뽑는 것인지...

겉절이도 맛있고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어도 맛있는데.

무 씨 뿌린 것이 어느새 이렇게나 자랐다.

보리비빔밥이 생각난다.ㅎㅎ

된장 넣고 쓱쓱 비벼먹음 맛있는뎅.

거실로 내려오니 욕실 쪽 벽에 

신기하게도 이런 그림자가...

이게 뭐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림자다.

오전 내내 텃밭에서 본격적인 작업을 하느라

미처 돌아보지 못했는데

새끼 고양이들이 은신처에서 나와 이렇게 아장아장...

호기심 가득한 까망이.ㅎㅎ

오전 내내 고춧잎 따고 고들빼기 다듬느라

기진맥진 한 사이에

새끼 고양이들이 앞마당까지 진출해서

야옹야옹 여간 소란스러운 게 아니다.

댕댕이가 새끼를 어미 대신 보살피는 중.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놀란 새끼 냥이가 

도망을 가려는데 방향감각을 잃었는지

이리저리로 방황하는 모습.

화분에 물 주러 나갔는데 괜찮다고 달래도

눈만 마주치면 숨기 바쁘다.

어느새 댕댕이가 새끼들을 옆 마당으로 몰고 가서

놀아주는 것인지 어미가 댕댕이한테 했던

훈련을 시키는 것인지 

이리저리로 바쁘게 움직이며 새끼들과 함께하고 있다.

새끼들을 제법 잘 보살피는 댕댕이가 기특하다.

댕댕이와 정들기 전에

옆집에 주기로 했던 두 마리를 정해야 할 텐데...

고춧잎을 물에 담가 수산 성분을 빼낸 다음

장아찌를 담글까 하는데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고양이 털이 날릴까 봐

덮어두면 무르지 않을까 하여

결국 다용도실로 옮겨놓기로 했다.

씨가 떨어져서 텃밭 여기저기뿐만 아니라

밭고랑에 이르기까지 

고들빼기가 엄청 나서

오늘 밭고랑에 있는 고들빼기들을 죄다 뽑아서 다듬느라

허리도 아프고 손톱 밑이 시커먼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앉고 일어설 때마다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직은 연해서 이틀 정도만 우려내면 될 듯.

남푠이 좋아하는 고들빼기를 담그다 보니

어느새 고들빼기김치 맛에 폭 빠져버렸다.

시집와서 처음으로 맛본 고들빼기는

쌉쌀한 맛에 너무 생소해서 적응이 안 됐었는데

시댁 식구들 좋아하는 고들빼기에 어느새 나도 맛들려서

이젠 고들빼기 찐 팬이 되었다.

이번에도 맛있게 담가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