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시 길을 걷다
정말 오래간만에 걷기위해 집을 나섰다.
단풍이 아름다운 골짜기를 찾았는데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숲은 고요하고
골짜기 아래로는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지난 밤에 어깨통증으로 잠을 설쳐서
오늘은 운동 삼아 걸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무리되지 않고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선택했다.
단풍이 절정을 지났음에도 정말 아름답다.
오늘은 여기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
이 길을 걸은지 몇 해가 지나서인지 새롭다.
우리가 처음 이 길을 걸었던 날에는 안개비가 내렸었다.
반대편 하늘과 산등성이를 보니 늦가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이 길을 꽤 여러 번 걸었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사람들이 많이 걸었는지 길이 넓어진것 같기도 하고
이정표도 새단장을 했다.
산과 산 사이로 난 골짜기에서
올려다 본 산등성이는 몽실몽실 참 아름답다.
서리가 내려 잎이 마른 모습도 보이고
말간 아침햇살이 우리를 반기는듯.
그 사이에 이곳에는 이런 쉼터도 생겼다.
함께 걸으면서 사는 동안 가장 고마웠다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서로에게 전하고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이 아침이
얼마나 소중한지.
언니들이랑 함께 걸었던 추억을 곱씹으며
세월이 정말 빠르게 지났음을 실감했다.
좀작살나무 보랏빛 앙증맞은 열매가 우리의 발길을 붙든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요맘때 참 많이 보곤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시간을 내서 규칙적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목튜립이 노랗게 물든 모습 또한 너무나 아름답다.
건너편 산이 황금물결로 일렁인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걷기에 딱 좋은 날씨.
아침 햇살에 꽃 처럼 어여쁜 가을풍경이다.
이곳 단풍이 참 고운데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타는듯한 단풍도 볼 수 있었을것을...
약간의 경사가 있어서 이야기 하며 걷기에 정말 좋다.
우리 말고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우리들만의 세상.
앞을 보며 걷다가도 뒤를 돌아서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내려다 보기도 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하고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너무 좋다.
저 멀리 재를 넘으면 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겠지?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는 여기에서 되돌아갔었다.
안개에 휩싸여서 길을 잃을까봐.
빨간 열매가 있어서 올려다 보니
꾸지뽕 열매다.
여기까지 쉬지 않고 걸었더니
뜻밖의 풍경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