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4월 20일 목요일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해마다 앙다문 꽃봉오리로 애를 태우며 감질나게 하던
모란이 한나절 만에 꽃을 이렇게 피웠다.
뒷뜰의 백모란은 얼씨구~!
옷을 벗어뿐지고 싶게 더웠나 보다.ㅎㅎ
이렇게 서둘러 피어나서
맥없이 떠나갈까봐 그저 아쉬운 마음이다.
도도한 꽃봉오리로 애를 태우던 그 시절이 더 좋았다 싶으니.
키 작은 지피식물인 이메리스와 베로니카 조지아 블루도
목을 길게 빼고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모두다 햇볕을 향하여
방긋 방긋~!!
미산딸나무도 진짜꽃이 피기 시작했다.
산딸나무는 정말 꾀보.
새하얀 가짜꽃으로 곤충을 불러들여서
노란 꽃으로 유인하는 꾀보.
미산딸나무에 중매쟁이 손님들이 분주하다.
꾀보라지만 지혜롭지 않은가.
우아한 자태로 곤충들을 유인해서 삶을 이어가니...
원래는 차례차례 순서대로 피어나는 꽃들인데
이렇게 한꺼번에 경쟁하듯 우루루 피어나니
철쭉도 순식간에 피어나서
이 구역은 흰꽃들로 눈부시다.
귀하디 귀한 흰꽃을 피우는 화려한 모란은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훌러덩 옷을 벗고 싶은 모양이다.
아주 오래 묵은 모란이라서
얘는 그래도 순식간에 피고 져서
아쉽게 하진 않을것 같다.
철쭉도 여기저기 피어나고
단풍나무도 잎이 무성하다.
솔순이 올라와서 잘라줘야 하는데
어차피 자르는거 예쁘게 다듬어 주며
자른 솔순으로 청을 담가볼 생각이다.
히말라야 양지꽃.
양지꽃 하고는 잎의 빛깔이 확연히 다르다.
예쁜 꽃이 기다려진다.
지피식물인 귀여운 꽃송이들이 합창을 하는 듯.
작은 꽃송이들이 넘나 귀엽다.
봄맞이 한지가 언젠데
아직껏 피어있는 봄맞이꽃.
가장 귀엽고 사랑스럽던 시기를 지나버린 층층나무 잎.
초록나비들로 환상적인 아름다운 봄을 선물하던 나무가
불과 며칠 사이에 성큼 웃자랐다.
2층 데크에서 내려다 본 뒷뜰의 봄은
이미 여름옷으로 갈아 입으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