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처서라는데...

꿈낭구 2023. 8. 24. 15:42

23년 8월 23일

오늘이 처서라는데 용광로 처럼 폭염이 계속되니 지친다.

화분에 물을 주는데도 식물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그 와중에 삐돌이는 스텐 물그릇의 물이 뜨거운지

이 수경재배용 용기 속의 물을 먹는다.

해오라비사초 화분 속에 들어가 쑥대밭을 만들어서

쓰러져 누운 것을 이 도자기 화병에 수경으로 자라게 했는데

하필 그 속의 물을 먹으니...

낮달맞이가 환하게 피었다.

하도 여기저기로 퍼져 무성해서

뒷뜰로 옮겨 심었었는데 아직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로즈마리를 밀어내고 보란듯이 이렇게...

태풍과 폭우로 식물들도 한바탕 몸살을 앓았는데

꺾인 가지들을 잘라내서 그런지

새로 피어난 장미가 키가 훌쩍!

아쿠야~ 이러다가는 밀림이 되겠다.

정말 오래간만에 뒷뜰로 나갔더니

맛있는 사과가 태풍에 다 떨어지고 잎도 타들어가는 것이

병충해에 시달렸나 보다.

사과나무에 지주를 이렇게나 해줬는데도

얼마나 비바람에 시달렸는지 처참한 모습이다.

잎이 떨어지자 그 틈을 노려 인디언 감자가 꽃을 피워

사과나무를 감고 쥔행세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생명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고

때 아닌 사과꽃이 이렇게 핀 모습을 보니 맘이 짠하다.

인디언감자가 마치 자기 영역이라는 듯...

꽃이 예뻐서 그냥 눈 감아주기로 했다.

저녁 무렵 일몰의 하늘이 아름답다.

지난 태풍에 너무 시달려서 가지에 잎이 얼마 남지 않은 나무가

애처롭다.

오죽은 그래도 잎이 무성해서 그럭저럭 잘 견뎌낸 듯 싶은데...

다용도실 창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을 막아주고

그늘을 드리워주는 고마운 나무들인데...

태풍 때 파라솔을 철거했다가

다시 원위치 시켰었는데

하단부 고정장치가 이렇게...

강한 햇볕에 감당 못하고 이렇게 한 계절도 못 버틴다며

뭐든 견뎌나지 못한다고 혀를 끌끌 차던 남푠.

오후에야 이게 누구의 소행인지를 알게 되었다.

삐돌이와 깜순이의 소행.

새끼 고양이들에게는 이게 아주 잼난 놀잇감이었던 모양이다.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니 아쿠야~!

욘석들이 발톱으로 사정없이 긁어대며 

신바람 나서 놀고 있었다.

야단 맞을것을 눈치 챈 깜순이는

의자 밑에 숨어서 시치미를 뚜욱~!

거의 끊어지기 직전인 고양이 집 앞에 

그늘을 드리우도록 설치한 파라솔 받침대 고정장치를

얼마나 신나게 갖고 놀았던지

이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현관 앞 데크에서 하도 수선스런 소리가 나서

창문을 열고 내다 보니

 어디서 물어다 놓았는지 닭 뼈다귀가...

삐돌이는 나는 아니라는 듯.ㅋㅋ

호랑나비 한 마리를 사냥해서 갖고 놀았는지

날개와 몸통이 분해되어 여기 저기 흔적들이 남아있고

뒤집힌 밥그릇과 작업용 장갑까지 물어다 

여기에서 둘이 신나게 놀았던 모양이다.

뭐라고 혼쭐을 내려다가 생각하니

새끼 고양이들이 한창 장난감을 갖고 노는 시기였던 것을......

처음이 아니고 세 번째의 출산으로 태어난 새끼 냥이들이라서

좀 무심하지 않았나 싶었다.

처음만 해도 매일 장난감으로 놀아주곤 했었는데...

조만간 시내 나가서 장난감을 사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