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가을날 오후 나들이

꿈낭구 2019. 11. 6. 17:30


오전에 원예치료 수업 끝나고

콧바람도 쐴겸 울큰형님댁에 가면 좋겠다기에

간만에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네요.

황금벌판은 온데간데 읎고

어느새 추수가 끝난 휑헌 들녘을 지나니

또 다른 풍경이 다가옵디다요.

요즘에는 벼농사 대신 콩농사를 짓나봅니다.

넓디넓은 김제평야의 광활한 논에 수확을 기다리는 콩들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한참을 달려 새만금을 지나며 바다를 만나고

그러고도 한참을 달려 형님댁에 도착했는데

마당 안으로 차가 들어가도록 인기척이 없어

어디라도 가셨나 했더니

형님께서 몸이 불편하시다더니 누워계시더이다.

모처럼 만나니 드라이브도 시켜드리고

맛난 음식도 함께 먹으러 가자고

남푠은 간만의 데이트가 즐거운듯 한껏 상기되었드랬는디

왠걸요~~ 거동이 불편하셔서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셨어요.

목발짚고 나타난 저를 보시더니

'아 이 사람아~! 몸도 션찮은 사람이 어떻게 왔드랴.

나중에 다 낫거든 찬찬히 와도 좋으련만...'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홀로 지내시는데

얼마나 외로우실까 생각하니 마음이...

 몸이 불편한 동서끼리 마주앉아서

아픈 사정을 얘기하믄서 병자랑을 늘어놓다가 웃기도 하구요...

못가뵌 몇 달 사이에 이렇게 급속히 몸이 망가지신게 믿기지 않았어요.


거동이 어려우니 배달음식을 주문했는데

아이공~~!

맛이 없어도 너무너무 없어요.

자장면은 엥간허믄 다 맛있는데 도통 아닙디다요.

형님 드실 볶음밥은 푸욱 퍼진 누룽지나 끓인밥을 이용해서 볶은것 맹키로

시마대기가 하나도 읎이 퍼실퍼실 무신 좁쌀을 볶아놓은듯...

도저히 먹어주기 에롭게 생긴 밥이었구요.

탕수육은 어떻게 튀겼는지 입천장이 벗겨지게 딱딱헌데다가

소스는 진저리나게 달아서...

결국 볶음밥에 딸려온 짜장소스에다 탕수육소스를 적당히 섞어서

찍어먹어보니 겨우 먹을만 헙디다요.

찍먹부먹허믄서 남푠이랑 옥신각신혔는디

부먹 안 허기를 그나마 다행이다 혔구만요.

셋이서 역사에 길이 남을만큼 맛이 없어도 보통 맛이 없는게 아닌

말도 안 되는 즘심을 먹게 되얏네여.

이게 뭣이당가여?

남푠이 형님댁 창고앞에 놓여진 요것을 뵈야주는디

으흐흐흐....

징그러운거~~~~~~~~~~~~~~!!!!

늙은 호박이 왜 이런 생김새일까여?

이거 보믄서 놀라는 모습을 보고 웃는데

울형님께서 갖고 갈라믄 갖고 가라고...

아녀라. 절대로 아녀라...ㅋㅋㅋㅋ

요거 보니께 울 꾕성이 퍼뜩 떠올르등만요.

그랴서 사진을 찍었답니다.

울언니헌티 보내줄라공.


울꾕성은 어릴적부터 뭔가 좀 징그러운듯헌것을 보믄

소름이 쫘악 끼치믄서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고생을 하곤 했지요.

그런데 나무 틈 사이에 오렌지색 벌레의 알인듯

촘촘허니 수없이 많은 알들이 박혀있는것을 보고는

울언니헌티 뭐 보여줄게 있다고 은근히 속삭여서 델꼬 갔다가

언니가 그걸 보고서 소리를 지르더니 두드러기가 나는 바람에

어린시절 울엄마헌티 혼났던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어제 시골집에 가는 차 안에서

실금실금 장난끼가 발동혀서뤼

이 사진을 울네자매방에다 전송을 혔습죠.

"꾕성~! 요새 뭐허느라 소리가 읎뎌?

내가 꾕성헌티 귀헌 선물 하나 보내주까? ㅋㅋㅋㅋ"

그러구선 혼자 킥킥대던차에

"이거 왜 이래. 징그럽다. 두드러기 나긋어."

울큰성은~

"징상혀 죽겄네.

왜 네 자매 단톡방에 올리고 그랴."

다시 울꾕성왈~ 호박이 기형인갑네. 몸이 굼실굼실 미치긋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골집에 다 가도록 어찌나 웃었는지

눈물까징 났당게라.

하도 웃으니께 운전하던 울신랑 영문도 모르고 따라 웃다가

숨넘어가게 웃으며 하는 말을 듣더니

왜 그런 장난을 허냐고...

두드러기 나믄 어쩔려고 언니헌티 그런 몹쓸짓을 혔냠서

그러다가 언니가 비얌사진이라도 보내믄 우짤라고 그러냠서 뭐라그럽디당.

그제서야 겨우 웃음보가 잠재워졌당게여.

요즘엔 호박도 품종이 참 다양하더라구요.

요것은 길쭉호박인데

껍질 부분은 단호박 비슷허니 생겼네요.

내변산 단풍이 무척 아름다워서

해마다 울네자매 단풍나들이를 즐기던 곳인데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이쪽으로 돌아왔는데

아직 단풍이 이른가봐요.

벚나무 단풍이 정말정말 이쁜 산골마을의 길인데

작년 가을 이곳에서 울네자매 얼마나 재미나게 놀았었는뎅...

우리의 추억이 담긴 멋진 한적한 길을 지나

점점 내변산 깊숙허니 달려가봅니다.

그림같은 풍경들이 펼쳐지는데

아기 주먹 보다 더 작은 감들이 꽃처럼 달려있어요.

한겨울에 흰눈이 내릴때 까지도 이 감들이 매달려 있겠지요?

새들의 먹이가 될 이 귀여운 감들 위에 하얀 눈이 소복허니 쌓인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이랍니다.

하늘 도화지에 그림이 그려지는 모습.

소리도 없이 사라져 구름속으로 자취를 감춘 비행기를 보니

아~~!!!

여행가고 싶당.

자유로운 몸이 가장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장거리 나들이에 힘이 들었던지

오늘은 싸이클에 오르는것 조차 힘이 들어서

오자마자 옷도 못 갈아입고 벌러덩 누웠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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