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나물을 만들었어요.
봄나물 중에서 맛에 있어서는 으뜸이 아닌가 싶어요.
쑥부쟁이에 맛들리면 아마도 볼때마다 사게 될걸요?
어제 장아찌를 담그려고 풋마늘을 샀는데
새벽시장이 파장에 접어들면서
팔다 남은 식재료들을 도로 싸들고 돌아가려고
다들 분주한 모습이었는데
풋마늘만 사서 돌아서려는데 할머니께서 나물을 떨이로 가져가라십니다.
쑥은 이미 냉장고에 잔뜩 있어서 돌아서려는데
할머니께서 쑥부쟁이라도 사가라고...
그런데 햇볕에 이미 시들어서 비들거리는 나물이
그다지 눈에 들지 않아서 내키지 않아 했더니
3,000원인데 2,000원에 가져가라십니다.
쑥부쟁이가 봄나물로 맛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조금 심란스러워 보이는 시든 나물을 굳이 사고 싶지 않았지요.
옆에 있던 과일장수 아주머니께서 쑥부쟁이 나물 무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주시며 거드는 바람에 2.000원에 한 봉지 사들고 돌아왔지요.
집에 와서 풋마늘을 다듬고 씻느라 한 켠에 방치했던 쑥부쟁이는
더 볼품없는 모양새가 되어 풀이 죽은 모습이라
뒤늦게서야 물에 담가뒀다 씻는데 보니까
다시 파랗게 살아나서 양도 엄청 많아졌어요.
세상에나...이 많은 쑥부쟁이를 캐시느라
할머니께서는 하루종일 허리 구부리시고
쪼그리고 앉아 이걸 캐시느라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생각하니
그냥 3,000원에 샀어도 아주 쌌을텐데 꾸역꾸역 천 원짜리 거스름돈
3,000원을 받아온게 너무 죄송했어요.
산에서 직접 캐신거라 깨끗하다시더니
정갈하게 다듬어 씻을때 보니까 깨끗해서 버릴게 없네여.
데쳐서 물기를 짰는데 한 번에 먹기엔 양이 넘 많아요.
나물은 그때그때 무쳐 먹어야 맛나니까
조금만 무쳐보기로 했어요.
쑥부쟁이는 뭐니뭐니해도 아주 소량의 마늘과 파만 넣고
소금으로 간 맞추고 참기름과 통깨만 넣어 먹는게 젤 좋더라구요.
아주 오래전에 친구랑 등산 다녀오며
봄날 양지바른 둔덕에 엎디어 쑥부쟁이를 캐서
처음 먹어본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네요.
과연 그때처럼 맛있을까 가슴이 두근두근...
아이의 손도
남푠의 손도
줄곧 이 쑥부쟁이 나물무침으로
분주히 오가는데
어디서 이런 고급진 나물맛을 볼 수 있겠느냐공...
언제 기회되면 할머니께 쑥부쟁이 몽땅 떨이로 사드려야긋네요.
이 맛있는 나물을 먹으면서 할머니 주름진 손이 자꾸 어른거려서요.
할머님 덕분에 울가족들 정말 맛있는 봄나물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네요.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말씀드려야
제 불편한 마음이 조금은 덜어질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