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장맛비에도 이렇게 씩씩한 친구들

꿈낭구 2020. 7. 14. 15:37

2020년 7월 13일 월요일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서

여름별궁 캐노피 속의 딸랑구 짐들이 혹여 

물에 잠기지나 않았을까 걱정돼서 다녀오기로 했다.

빗방울이 보석처럼 영롱한 장미가 젤루 먼저 인사를 한다.

제때 손질해주지 못한 장미가

그래도 열심히 피고 지며 앞뜰을 주름잡고 있었다.

냥2가 공사자재용 구조물을 런웨이 삼아 

토실헌 궁디를 자랑허믄서 시크허게 워킹을 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뚱띠 냥2는 이곳이 마음에 드는지 굳이 요기서 이러구 있다.

허긴 비가 와서 축축한 곳을 피해

이만한 자리가 어디 또 있을라구...

오래간만에 갔더니 살짝 삐진걸까?

워째 새초롬허니 눈치를 살살 본다.ㅎㅎ

뒷뜰로 돌아가보니 온통 무성해진 모습이다.

 

꽈리고추가 주렁주렁 많이도 열렸다.

요만큼 따면 우린 일주일도 넘게 먹는다.

아스파라가스는 수확기를 놓쳐서 키가 훌쩍 자라

비에 젖은 무게를 감당키 힘든지 늘어져있다.

앗~!

아스파라가스 빗물을 털어주려다가

발이 물구덩이에 빠져부렀당.

그 와중에 비를 털어줘가며

속에 숨어있던 통통한 아스파라가스를 한 줌이나 수확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서 장보기를 하기로 했는데

이런 몰골로 어쩔것인가...

섣불리 흙을 씻어낸다고 물을 묻혔다가는

깔끔떠는 남푠 차에 태워주지 않을지 모르니

걍 대충 발을 굴러 이정도로 수습을 했는데

자꾸만 보고 또 보믄서 웃으며 놀린다.

차에 오르기 전에 바닥에 종이를 깔고

얌전히 가지런히 발을 모으고 그렇게 귀가했더니

퇴근해 돌아온 딸랑구가 푸하하...웃으며

엄마는 어디에서 뭐하다가 이렇게 되어 돌아오셨느냐며 놀린다.

ㅋㅋㅋ그나저나 이 신발 내버려얄까?

수술후 편안하고 엄청 가벼워서 요즘

생전 잘 안 신던 이 운동화를 막신삼아

뒷꿈치 구겨신고 다녔드랬는데

엄두가 안 난다.

일단 마르고 나서 결정할 일이다.ㅎㅎ

 

도라지꽃이 한창이다.

키가 훌쩍 자라서 우단동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데 흰꽃만 있어 아쉽다.

남색과 함께 어우러져 핀 모습이면 더 예쁠텐데...

얘는 심지도 않았는데 

작년 방울토마토 심었던 자리에서 이렇게 혼자 자라서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익었다.

비트씨를 뿌린 구역에서 터줏대감이 자기라는듯...

비트는 납작 엎디어 셋방살이 신세가 되었다.

오이일까 수박일까 참외일까

그저 궁금하기만 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나 참외입네' 하고 제법 그럴듯한 모습으로

이 영역을 주름잡고 있었다.

아...공짜참외를 올여름에 맛나게 즐길 수 있긋고낭~! ㅎㅎ

다음번엔 이 참외들에게 폭신한 풀잎의자라도 만들어 줘야긋다.

작년에 떨어진 더덕씨앗이 이렇게 남천을 휘감고 있다.

이걸 어쩐다지?

살아보긋다고 이렇게 치열하게 햇빛사냥을 한다는데...

얘들아 부디 너무 싸우지들 말그라.

담장을 무성하게 타고 자란 담쟁이덩굴과

키 자랑을 하는걸까?

나리꽃이 키가 훌쩍 자라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냥2는 줄곧 호기심 반 눈치보기 반으로 

무심한척 하면 야옹거렸다가

부르면 또 이렇게 나무 밑으로 들어가서 숨는다.

오래간만의 만남에 대한 섭섭함의 표현일까?

아~! 그런데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쓰고 간 모자 탓이었다는 것을...

예전에 붙잡혀가서 중성화수술의 후유증으로

내가 이런 모자만 쓰면 슬금슬금 피해다니며 숨곤 했었다.

아마도 모자를 쓴 사람에게 붙잡혀갔던 모양이다.

냥2에게는 너무나도 엄청난 아픈 상처였었지.

뱃속에 있던 새끼들까지 잃고 시름시름 죽어가던 것을

극진히 보살펴서 다시 살려냈는데

그 후로는 야옹 소리가 아주 가냘퍼졌다.

미안 미안!! 내가 깜빡 했다. 모자 벗을테니 어서 이리 나오렴.

다른 아이들은 노오란 꽃을 탐스럽게 피웠는데

얘는 이제서야 인사를 한다.

아이들과 이 백묘국 잎을 이용해 놀이를 하던 생각이 난다.

수업재료로 쓰기 위해서 해마다 씨를 뿌리곤 했었는데...

여름꽃인 벌개미취꽃이 피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꽃술 위에 손님이 찾아들었다.

여기 저기 꽃마다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오늘은 빈방이 없답니다.ㅎㅎ

귀여운 냥3이의 모습

앞발을 턱허니 올리고 물을 먹다가는

물 속에 비친 제 모습에 빠져서뤼...

냥3이의 나르시즘. ㅋㅋ

빗물 가득 담긴 고무통 속에 비친 모습에

자아도취된...

다육이들을 데려다가 땅에 대충 던져놓듯 했었는데

이렇게 꽃인지 잎인지 물방울 같은 귀여운 모습으로 까꿍한다.

7월의 뜨락에는 놀아줄 친구들이 넘나 많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