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내린 비로
울집 정원에도 꽃비가 내렸다.
해가 떠오르자 꽃잎에 맺힌 빗방울이
영롱한 보석 처럼 아름다워서
오전 내내 뜰에 머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정말 사랑스런 장미.
새로 올라온 오죽 죽순이 어느새 키 보다 높게 자랐다.
대나무에 맺힌 물방울이 보석 같다.
심은지 2년째.
첫 해에 강추위로 얼마나 가슴 졸이며
애를 태웠던지 작년 봄에 처음으로 올라오던
죽순이 신기하고 놀라워 애지중지 했더랬는데
어느새 키가 이렇게 훌쩍 자라는 죽순에
어안이 벙벙.
오죽은 일반 대나무에 비해
키가 작게 자라는 줄 알았는데
올해 올라온 죽순이 이렇게 쑥쑥 자라서
너무 자라면 어쩐다지?
샤스타데이지가 도처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씨가 떨어져서 무리지어 핀 구역도 있고
어쩌다 뜬금없는 곳에서 이렇게 자라기도 하는데
마가렛은 월동이 어려우니 얘라도 대신
무리지어서 환하게 꽃등을 켜줬으면 좋겠다.
비에 젖은 이른 아침에도 어느새 손님들이 방문했네.
참 야무지게 돌돌 말고 피어
빗방울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이 장미는
꽃송이가 다른 장미에 비해 작고 아담한 편이었는데
올해는 제법 소담스럽게 피었다.
뒤늦게 피기 시작한 작약도
꽃도 겹옷이라 무거울텐데
비까지 내려서 줄기가 잘 견뎌내주려나...
빗방울을 털어주려다가 자연의 힘을 믿기로 했다.
옆모습도 사랑스럽구나.
이 근처 남천과 담장 사이 은밀한 공간에서
삐용이가 새끼 냥이들을 육묘중인듯...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서 옆모습으로 담았다.
거미줄에 갇힌 물방울들 위로
꽃잎들이 날아들었네.
거미줄 속에 은밀한 구멍이...
거미가 아침식사 중인가
곁에 있는 마가목이 목을 빼고 들여다보고 있나?
둥굴레는 비가 내리는 날에 바라보면 정말 예쁘다.
어쩜 이렇게도 사랑스러울까?
수줍은 큰애기 같다.
옆모습도 예쁘다.
낙화가 이리도 아름다울줄이야.
거실 앞의 장미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젖은 꽃잎을 말리기 위해 꽃문을 열기 시작하는 건가?
이리 보아도 예쁘고
저리 보아도 어여쁜 장미들에 흠뻑 빠져든다.
소담스럽게 핀 꽃송이가 거실에서 보아도 정말 화사하다.
회양목에 세 들어 사는 넌 누구뇨?
어쭈구리?
제법 커다란 거미가 아침거리를 찾으러
나오고 있는 중이다.
솔잎마다 빗방울이 송송송...
말간 얼굴이 빤작빤작 예쁘기도 하지.
머지않아 화려한 꽃을 피우겠지?
울집 장미 중에서 가장 애틋한 너.
가냘프기 이루 말 할 수 없어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한 노란장미는
꽃의 절정기도 너무나 짧다.
그래도 피고 지는 모습을 놓치기 아까워서
거실에서 마주 보이는 이곳으로 옮겨 심었다.
꽃봉오리에 보석을 매달았네.
장미향기가 그윽한 5월의 아침이 얼마나 좋은지...
체리세이지가 곱게 차려입고 나왔는데
옷이 이렇게 젖어서 어쩐다지?
날아갈듯 정말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구나.
비에 젖은 꽃들을 살피느라
오전 한 나절이 금세 지났다.
'인생2막 전원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년 6월 2일 오후 (0) | 2022.06.03 |
---|---|
22년 5월 30일 비요일 (0) | 2022.05.31 |
22년 5월 22일 일요일 (0) | 2022.05.22 |
텃밭 식구들 (0) | 2022.05.21 |
오월의 장미 (0) | 2022.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