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겨울여행3

꿈낭구 2012. 1. 20. 14:18

 

강구에서 거헌 아점을 먹고

비를 피하여 다시 영덕으로 향했지요.

932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옥계계곡쪽으로 달리는데

비 대신 짙은 안개가 신비롭게 멋진 그림을 그려내고 있더라구요.

 

처음 가보는 복잡헌 도심에서나 내비양을 초청허는지라

늘상 지도를 보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구비구비 처음 만나는 풍경들에 마음을 빼앗기는 울가족들은

고속도로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답니다.

항상 가던길로 돌아오지 않는 울신랑 덕분에

가뜩이나 방향감각이 없어서 길눈이 어두운 저는

늘 헛다리를 짚어 허둥대기도 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허고 제 차에는 내비양을 모시지 않았답니다.

소신껏...그야말로 제 소신껏...ㅎㅎㅎ

글두 아직꺼정은 나 어디서 길 잃었다고 델러와주십사 허는 그런 불상사는 없었으니께요.

암튼...이 산골길로 접어드니 아직 잠이 깨지않은듯

산 아래 마을들이 안개에 파묻혀 있습니다.

 

우아헌 새들의 자태는 우리를 잠시 멈추게 만드는군요.

아직 갈 길은 멀고도 멀지만 시간도 넉넉하니

우리를 위해 공연을 허긋단디 굳이 마다헐 일은 없긋쟈뉴? ㅋㅋ

 

도로변을 따라 제법 너른 강물이 흐르는데

이 동네에는 다른 종류의 새들은 없네뵤.

얼어붙은 강가에서 먹이를 찾다가 우리를 발견하면

어김없이 이렇게 우아헌 공연을 펼칩니다요.

 

이런곳을 지나면서 시 한 수 읊지 않는다믄 말이 안 되지라잉.

음악도 낮게 깔렸긋다

ㅎㅎㅎ 즉흥 시조 한 수가 마악 탄생허는 순간입니당.

울딸랑구 어릴적에 함께 다니면서

돌아가며 한 문장씩 이야기를 꾸며내던 실력으루다가...

 

한참을 달려 청송얼음골에 이르렀습니다.

거대헌 얼음계곡에 이 엄청난 빙벽이라니요...

그야말로 장관이로군요.

 

 

그러고봉게로 전날 밤 지방뉴스에 이곳 소식을 들은것이 생각났어요.

주말에 바로 여기에서 행사가 있었다고.

 

 

이 대회에 도전했던 한 선수가

이 빙벽을 오르다가 사고를 당한 뉴스를

호텔을 나오면서 아침에 잠깐 보았었는데

바로 여기였더라구요.

얼음골이라더니 기온이 급강하해서

사진을 찍으려 창문을 여니 한기가 드네여.

이 거대한 빙벽을 선수들이 한 가닥 로프에 의지한 채로 오르다니

정말 대단헌 용기입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슬며시 걱정이 됩니다.

과연 이 선택이 적합헌 것인지...

 

첩첩산중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도 자동차도 구경할 수 없네여.

눈발은 점점 굵어지고 앞으로 고개를 몇 개나 넘어얄틴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지라 이거 아무래도 모험이 될것 같습니다.

이 상태로 눈이 내린다면 곧 엄청나게 쌓일텐데

이렇게 오르다가 산중에서 조난을 당허는건 아닌지...

이제 본격적으로 고갯길이 시작되는 모양인디

체인도 없이 스프레이 하나 믿고 오르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위험할것 같다는 생각인데

울신랑은 천천히...살살...넘어가잡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 처음 가는 길인데

여기쯤서 되돌아가자고 강력히 주장을 혔지요.

결국 여기서 차를 돌리는데 바퀴가 헛돌면서 미끄러지는디

아쿠야...진땀이 났쓰용.

맞은편에서 차가 안 왔기에 망정이지...

눈 보다는 차라리 비가 낫겠다 싶더라니께요.

ㅎㅎㅎ 그란디 여기쯤 내려오니 언제 눈이 왔냐허구서리...

기냥기냥 조심조심 넘어갈걸 그랬다고

아직도 미련이 남은 울신랑은 궁시렁궁시렁~!

아고...첩첩산중 수없는 고갯길을 월동장비도 없이 무신수로 넘을라고...

지도를 보니 고개가 수도 없구마는.

여름이나 가을에 다시 오자고 다짐을 혔지라.

아무래도 청송이란곳은 우리에게 호락호락 속내를 보여줄 수 없는 모냥입니다.

어느해 여름에도 청송에서 비포장 산길을 얼마나 헤맸는데...

아마 그때가 바로 이 길을 공사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구먼요.

다시 오던길로 돌아 포항쪽으로 줄곧 달렸어요.

무조건 남서쪽을 향하야...결국 88도로를 타게 되얏는디

이 못말리는 남정네가 고속도로는 재미없다면서

거창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옵니다.

아까 두고온 눈 덮힌 산이 못내 아쉬웠던지

장거리 운전이 힘들텐데 교대를 하자고 해도 막무가내...

운전대만 잡으면 신바람이 나는 이 나매를 누가 말린다요잉.

 

 

너덜너덜 뜯겨진 낡은 지도를 보시면 짐작되시지라잉?

덕분에 지도 잘 보는 여자로 인정을 받게 되얏씀다마는...

이제 새로 난 도로들도 많아서

새로운 책을 마련해야겠어요.

거창에서 아마도 무주쪽으로 달릴 모양입니다.

거긴 또 어떤 겨울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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