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래간만에 둘이서 나란히 앉아
뽕잎차를 즐겼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동무네 텃밭에 주말농장 비스무리하게
밭 두 이랑씩 가까운 몇몇 집과 함께 영농개시를 했었다.
그러다가 의욕이 왕성하던 두 집은 포기하고
우리는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 까지
재미나게 지주냥반의 지도를 받아가면서
영농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그곳에 아주 커다란 뽕나무가 있었는데
해마다 요맘때면 유기농 뽕잎을 따서
뽕잎차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선물하는게 큰 즐거움이었었다.
우리가 이사하고 나서는 뽕나무를 잘라내고
지주냥반의 아지트를 짓는 바람에 뽕잎차는 추억이 되고 말았는데
우리집 담장 밑 취나물밭에 어린 뽕나무가 작년 부터
뽀시락 뽀시락 자라고 있었다.
아마도 새들이 씨를 떨어뜨린 모양이다.
심지도 않은 고수도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서
재미삼아 여리디 여린 뽕잎이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지켜 보다가
문득 뽕잎차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작고 여린 뽕잎을 따서 깨끗이 씻어 팬에 덖었더니
딱 요만큼이 나왔당. ㅎㅎ
기념으루다 뽕잎차를 마시기로......
뽕잎이 우러나는 동안
동무에게 카톡을 날렸다.히히...
참으로 얼마만에 누려보는 호사인가~~
그윽한 뽕잎차 내음이 우리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뽕나무를 뽑아내려다가 그냥 두길 잘했다.
이런 즐거움도 누릴 수 있으니~~
해마다 아빠 기일이면 모이는데
항상 내가 직접 덖어서 만든 유기농 뽕잎차를
우리 6남매 몫으로 나눔을 하곤 했었다.
고지혈증이 가족력이라서 정성스럽게 손질해서
포장을 했던 생각이 새록새록.
이제 나이가 들어가며
몸이 예전 같지 않은데 우리만 이렇게 즐기다 보니
가족들이 생각나 가족 카톡방으로 눈으로 나마 즐기도록
날려 보냈다.ㅎㅎ
자랑한 김에 방금 따온 유기농 딸기도
눈으로 맛 보라고 까똑! ㅋㅋ
냥3이와 삐용이가 요즘 늙어 보인다.
냥3이는 사람으로 치면 할머니 급이랄까?ㅎㅎ
삐용이도 다섯 마리의 새끼들을 어디에 건사하는지
밥시가 되거나 혼자서 쉼이 필요할 때면
이렇게 지내곤 한다.
작년 가을에 뿌렸던 쑥갓인데
비닐을 씌워 월동을 한 쑥갓이 이렇게 성큼성큼 자라
무성해졌다.
남푠은 쑥갓 꽃도 예쁘다고 뽑지 말고
쑥갓 파종해서 예쁘게 나와 자라고 있으니
꽃 보고나서 뽑으란다.
당근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데
듬성듬성 아욱이 세들어 살고 있다.
샐러리도 예쁘게 자라는 중이다.
냥이들이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좋으련만.
옆집 아주머니께 영농지도를 받아
이렇게 마늘도 심었드랬다.
제법시리 마늘쫑도 올라와서 흐믓!
작년 가을에 심었던 근대가 거의 나무 수준으로 자랐다.
근대 된장국도 맛있지만
근대쌈밥도 별미라서 언제 함 만들어서
산에 갈때 도시락에 담아갖고 갈까보다.
영농 브리핑을 한다며
으시대며 설명을 하는 남푠 때문에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
근대와 쑥갓 말고는 잘 모르겠당.
고추모종을 종류별로 몇 개 사다가 심었는데
고양이 소행인지 그 중 하나가 밑둥이 잘려
소생 가능할지 모르겠단다.
우리에겐 이 정도면 실컷 먹고도 남을텐데 뭐.
마늘과 양파도 수확기까지 이렇게 두면
씨알이 굵어지겠지?
치커리와 청상추 구역인데
치커리는 모양은 예쁜데 맛은 쌉싸레 해서
난 그리 즐기지 않는다.
얘들은 깻잎인데 작년에 씨가 떨어져서 이렇게
자라고 있는 모양이란다.
그렇담 들깨가 아닌 돌깨가 아닌감?
작년 가을에 옆집에서 김장하고 남았다며 준 것인데
키가 이렇게 훌쩍 커서 어느새 대궁이 생겼다.
미리 뽑아서 먹어야 하는게 아닌가??
어제 오후에 수확한 딸기. ㅎㅎㅎ
오늘 요만큼 또 수확했다.
넘나 달고 싱싱하고 맛있는 유기농 딸기.
상추도 종류대로 수확하고
치커리도 더 자라기 전에 여린 것으로 수확했더니
밥상이 풍성해졌다.
심지도 않은 고수가 여기저기 자라며 꽃을 피웠다.
고수는 울딸랑구 혼자 먹는데
주말에 집에 오면 쌀국수를 해줄까?
요래저래 울집 텃밭은 시내의 대형마트 보다
싱싱하고 맛있고 건강한 식자재 마트란다.
텃밭 가꾸기는 남푠의 몫이고
나는 텃밭 주변의 흰민들레 잎 채취에 흠뻑 빠진
불량한 텃밭 주인이란다.
그래도 조석으로 눈인사를 나누며 출석을 부르는데
느그덜 내 발소리 듣고 있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