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들

꽃들의 잔치

꿈낭구 2010. 10. 1. 22:37

 

 

 아침이슬을 잔뜩 머금은 여뀌.

이름이 특이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수다스러운 이야기들을 나누는 중인지

왁자지껄한 풀밭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 호젓한 산길을 걷는 모든 이들의 발걸음을

기억하고 있을것 같은 총명함이 느껴진다.

매일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치는

수심 가득한 아저씨로부터

청명한 하늘 만큼이나 높은 목소리의 아낙의 음성에까지

허투루 듣는 일이 없다.

내 오늘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발설해선 안되느니라...

 

 

이름을 달리 지어주고 싶다.

해마다 요맘때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꽃들의 잔치가 열렸다.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사랑은 발견된다.

지극히 작고 하잘것없는 일에서

사랑하는 마음은 더 깊어지고 간절해진다.

노을 지는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옆에 있었으면 하고

나를 떠올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항상 종이 되기만을 바라온,

종소리를 내기 위하여

자신의 온몸을 힘껏 부딪치는 종메의 고통을 무시한 나를,

누가 과연 떠올릴 수 있을까.

종메가 없으면 종은 종소리를 낼 수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저 종이 되기만을 바란다.

그저 자기 아픈 것만 생각한다.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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