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운장산 서봉

꿈낭구 2016. 12. 15. 14:30


2016년 12월 3일 토요일

일기예보에 날씨가 좋다하여 워디루 길을 뜰까

뒤적뒤적 검색허다가 가차막헌 운장산에 가 보기로...

예전에 운장산 임도를 걷다가 긴짐승을 만나

기겁을 허고 되돌아왔던 그곳에 다시 가 보기로 했다.

이제는 가심 콩닥거릴일 읎을팅게로 맴 편허게...

가는 길목에서 임도가 아닌 운장산 정상으로 등산을 혀보자고 의견일치. ㅎㅎ

일단...차로 상당부분 올라온지라 그리 에롤것두 읎을것 같다.

인적이 드물고 등산로에 낙엽이 수북수북헌것이

우리 말고는 사람의 흔적이 읎어서 오붓헌 산행을 허게 될듯.

오르기 시작혀서 얼마 되지 않아 발 아래로 시원스러운 풍광이 펼쳐진다.

첫번째 능선에서 갈림길을 만나 좌측으로 올라보기로 했다.

12월이라는게 무색허리만치 하늘도 푸르고 푸근혀서

모자도 장갑도 벗어버리고

점점 올라가믄서 외투꺼정 벗어얄만큼 날씨가 화창허다.

생각보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갈길이 멀다.

일단 도시락보톰 까묵고

 등짐을 무겁게 지고 오를거 뭐 있냐공...

혹시 추워서 뜨끈헌 국물이 필요허까 싶어서 컵라면도 하나 챙겨 넣었는디

산에서 먹는 맛이라니...

세상 워디서 이런 맛난 즘심을 먹는단 말이고.


천천히 오르고 또 오르고...

등짐 보다 가벼울줄 알었등만

넘 배가 부릉게 오르기가 여간 심든게 아니구만.ㅋㅋ

땀을 월매나 흘리고 가파른 오르막을 낑낑대믄서 올랐는지...

고지가 바로 저긴디...

높이가 높이인지라 고드름들이 주렁주렁~~

손이 시렵고 귀도 시렵공

주섬주섬 하나씩 입고 끼고 쓰고 만반의 자세를 갖추고 올라가얄듯.

막바지 오르막에서는 용을 쓰기도 웜청 쓴것 같다.

빤히 보이는데도 좀체로 가까워지지 않는 험헌 산길이 한 시간 이상 계속되니...

우와~!

드댜 서봉이닷~~!!

세상에나 이런 장관이 있나!

발 아래로 내려다 뵈는 풍광에 고만 압도당헌 우리

구름바다 위에서 저기가 워디쯤일까 가늠혀보고

사방으로 뻥 뚫린 시야로 내려다 보이는 산들이 그려내는 산수화가

가히 일품이다.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몸이 휘청일 지경이다.

높이로 봐서는 그리 많이 높은것 같진 않은디

사방으로 그야말로 360도 회전을 허믄서 바라다뵈는 산봉오리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모악산 정상도 까마득히 찾어내고

뾰족뾰족 위세를 자랑허던 대둔산의 정상도 우리 발 아래 묻혀있다.

무섭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휘청휘청.

내려가고 싶지 않당.

이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어찌 발길을 돌린당가.

이곳에서 해가 지고

해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마주헌다믄

월매나 황홀헐것인가.

무슨 말이 필요헐끄나.

눈으로만 봐도 이렇게 아름다워서 어찔어찔헌딩...

겨울산행은 서둘러얀다고 이제 그만 하산을 허자는디

자꾸만 머물고 싶은 이 마음을 어쩌랴...

젊은 연인들이 이곳 정상에서 작품을 만들 모양인지

장비를 갖추고 어마어마헌 크기의 배낭을 메고 올라온다.

히야~~!!

그 젊음이 그 열정이 느무느무 부럽고 또 부러웠다.

그네들은 일몰과 일출을 지대루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것 같다.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마을 불빛을 바라보믄서

이 추운 겨울바람을 견디어 낼 그네들이 넘 멋져보이고 부러웠다.

아...이 감동을 어찌 다 표현허리~~

동영상으로 찍어서 딸랑구헌티 날려보내고

쌩쌩 바람소리 무시무시헌 이곳 풍경을 감상헌 딸랑구는

감탄 또 감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선

내 사랑하는 이들이 떠오른다.

이 멋진 광경을 함께 마주헐 수 있었음 월매나 좋았을끄나.

바람에 너울너울대던 구름 사이로

뾰족헌 대둔산의 자태가 감질나게 보였다 사라지고 보였다 사라진다.

저 아래 마을까지 언제 내려간다지?

그치만 쉽게 돌아설 수 읎게 만드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풍경들.












아쉽지만 서둘러 내려가얀다.

꿍꿍 힘쓰고 오르던 오르막길을

또 한 쌍의 청춘이 비지땀을 흘리며 오르고 있다.

맨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오르막을

파묻힐만큼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대포만헌 카메라꺼징 들고...

그들에게 힘찬 응원을 허고

우리도 조금만 더 젊었드람 까이꺼 한 번쯤 도전혀볼 수 있었을낀디...

글두...

두 다리 성혀서 이케 오를 수 있단것 만으로도

감사 또 감사헌 일이라고.

해가 점점 기울고 있는 능선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믄서

마지막 남은 간식으로 잠시 쉼을 누린다.

증말 멋진 경험이었다고

돌아오는 내내 감사 또 감사했다.

따뜻헌 봄날에 다시 한 번 가봐야징!







저 멀리 우리가 올랐던 산 정상에 마지막 햇살이 비쳐서 눈부시다.

마테호른의 금빛 황홀헌 모습을 떠올리믄서

우린 참 행복헌 시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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