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4일 토요일
점심 먹고 넘 배가 불러서 뒹굴거리다가
주말 오후에 모악산에 갔더니
오메낭...눈이 내렸었네벼.
얼마만에 왔는지 가물가물헌게
그도 그럴것이 지리산 둘레길에 빠져서
한동안 가까운 이곳에 발걸음 안 헌지가 지법된것 같다.
오후의 겨울숲은 고즈넉허기가 그만이다.
부른 배를 꺼칠겸 운동삼아서 가비얍게 맨몸으로 왔는디
미끄러우믄 우짠다지?
소복허니 쌓인 눈을 보닝게 그지읎이 좋다.
땀을 뻘뻘 흘리믄서 능선을 향해 오르자
맞은편에서 하산허는 등산객들의 손에 아이젠이 들렸다.
올라가긴 올라가긋는디
내려올땐 미끄러움 위험헌디 우짤랑가...
글두...눈세상이 된 겨울숲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일단 능선꺼정 올랐다가 계곡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계곡길로 내려가는 좁다란 길은 다행히 인적이 있었는지
눈이 녹았다.
계곡의 풍경은 딴세상이다.
맑은 물소리가 어찌나 상쾌하던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울동네 비가 내릴때 이곳에선 눈이 내렸던가벼.
조심조심...비가 내린 뒤라 질척거릴까봐
둘이 다 약속이나 헌듯 새 등산화 대신 헌 트레킹화를 신고 왔더니
미끄러워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간다.
오후의 산행인지라 계곡길에는 사람도 뜸허고
어느새 해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 맑은 물소리만으로도
넘넘 기분이 좋아.
이 멋진 풍경을 함께 누리지 못헌 울딸랑구가
요걸 보믄 억울해허긋지?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만 봐도 마음의 묵은 때가 씻겨나가는듯
몹시 청량하다.
자꾸만 가다가 멈춰서고
겨울산행의 매력에 푹 빠져서
두어 시간 산행의 즐거움을 맘껏 누렸다.
아이...이쁘기도 해라
하얗게 꽃이 핀것 같다.
포실포실헌 눈송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어릴적 눈내릴때 하늘바라기로 혀끝으로 눈을 받아먹던 생각이 난다.ㅎㅎ
내려오니 어느새 저녁짓는 연기가 향수를 자아낸다.
산 아래 마을에는 눈이 언제 왔던가 싶게 감쪽같다.
ㅎㅎㅎ꿈속나라에 다녀온듯...
숨겨진 겨울산의 매력에 빠져 조만간 또 다시 찾게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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