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진안 고원길을 걷다.

꿈낭구 2017. 2. 9. 09:23


2017년 2월 4일 토요일

진안 고원길을 걸었다.

마침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진안 장날이란다.

시골 장터귀경에 잔뜩 기대를 허고 찾어가봤는디

생각보다 넘 한산혀서 썰렁!

허지만 눈에 띄는 요것이가 있었는디

참 묘허게도 생겼넹.

도대체 야가 뭣이당가?

장터 가게 안에서 이것의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얏다.

생김새로 봐도 뭔가 포스가...

몸에 좋은 약재같더니만 술을 담그는 모냥이다.

시장 입구에서 귀여운 강아지들을 만났다.

팔려나온 당나귀가 아니고 강아지들이렷다!

철모르는 강아지는 호기심 가득헌 눈망울로

새로운 세상을 바라다보고 있는디

토실토실허니 이쁘게 생겼다.

엄마 떨어져 장마당에 나와 조금 애처로워 보인다.

외로운 주인을 만나 사랑 듬뿍 받고 자라그라잉?

밤새 낌낑대고 울어댈틴디 워째 맴이 짠허다.

장마당에서 나와 우리의 예정대로 고원길로 향했다.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해볼꺼낭?

저 높은곳에 고속도로가 산을 가로지르고 있다.

익산~장수 고속도로렷다.

하늘의 구름도 이쁘고

가끔씩 쌩쌩 달리는 차들이 산촌의 정적을 깨운다.

요것은 무신 열매당가?

빨간 열매가 주절주절 매달렸구만

새들도 먹지 않는 열매인지 그대로 말라붙어 있다.

울신랑 확실허진 않지만 혹시 마가목 아닐까 헌디

함 알어봐야 쓰긋다.

모처럼 하늘이 이렇게나 청명헌디

일기예보에는 미세먼지가 상당허다고 나왔구만...

저수지 물이 꽁꽁 얼어붙었다.

호기심 왕성헌 우리가 걍 지나칠 수 있남?

돌멩이를 던졌더니 튕겨져 나간다.

썰매를 타도 좋을 두께는 아닌것 같고...

잠시 이 저수지를 끼고 걷는 동안 어린시절 얼음지치기 추억도 끄집어 내보구.

평화롭기 그지읎는 고원길 하늘이다.

한참을 걸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저 멀리 마이산이 아스라히 보인다.

예정에 없던 행차라서 보온도시락 속에

손가락 고구마 찐것 몇 개 넣어갖구 왔더랬다.

컵라면과 고구마로 든든히 속을 채우고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잠시 차 한 잔의 호사를 누리고

다시 걷기로 했다.

이름모를 산새들이며 산짐승 똥들이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도 이 눈길위에 발자욱을 남기며 걷고 또 걸었다.

고개를 넘어오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눈은 온데간데 읎고

아늑헌 산길을 걷는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마을까지는 한참을 걸어야했다.

저 산 아래 옹기종기 마을이 보인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바람은 구름들로 다채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산골의 매서운 바람이 억새의 솜털옷을 벗겨갔나부다.

억새바람이 델꼬 갔긋지? ㅎㅎ

억새 깡치만 남은 틈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니

수많은 멋진 도형들이 우리의 발길을 붙잡는다.

작은 마을을 지나 또 다른 작은 저수지를 만났는데

어디선가 후드득~~~

깜짝 놀라 바라보니 꿩 한 마리가 우리 인기척에 놀라

저수지를 가로질러 날아간다.

아...미안 미안!!

놀라게해서 미안쿠나.

구비구비 돌아 마을도 지나고 다시 한적한 산길로 걷는데

눈이 아직 덜 녹아 미끄럽다.

나뭇잎을 떨군 높다란 나무들이 도열해 우리를 반긴다.

고원길 답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멋진 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이정표를 보고 오르는데 워째 좀 수상쩍다.

점점 올라가는데 워째 길을 잘못든게 아닐까 싶게

발자욱 하나 읎고 한적허다.

그렇게 한참이나 걸었는데

이쯤에서 나타나야할 이정표는 없고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것만 같다.

어느새 겨울눈들이 봄을 맞이헐 준비를 허고 있다.

매서운 혹독헌 바람을 어찌 견뎌내고

 붉은 물방울이 뚝 떨어질것 같은 촉촉헌 겨울눈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당가...

결국 돌아내려와 다시 그 문제의 이정표 앞에 섰다.

분명 고원길은 그쪽으로 오르라고 표시 되어 있는뎅.

아무래도 저 아래 좁다란 길이 맞는거 같구만

다시 올라가 다른 갈림길이 있는지 찾어보잔다.

에잉...뭐야...

여기도 아닌걸...

결국 우린 이 지점에서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험서

시간을 보냈었다.

이 산 모퉁이를 돌아가얄것 같은데...

결국 내 예상대로 아래 좁다란 길을 걸었더니

드댜 고원길 새로운 이정표가 표시되어 있다.

ㅎㅎ그렇게 몇 키로는 더 걸어야 했당게.

저 응달진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ㅋㅋ

빤히 눈 앞에 두고도 이정표만 믿고 방황허다니...

숲속의 요정 맹키로 넘 아름답고 멋진 나무들을 만났다.

하얗게 눈이 쌓였음 훨씬 멋있었긋당.

우리는 걷다말고 한참이나 이곳에서 머물렀다.

저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어느새 해가 기울고 청명허던 푸른 하늘도 사라졌다.

다시 되돌아 가얀다고 이쯤에서 발길을 돌리기로

저 너머 산촌에는 또 어떤 풍경이 있을까 궁금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걸어보기로 했다.

무궁화 씨방이 하늘을 배경으로 쭈욱 늘어선 어여쁜 길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느라 나무들도 부단히 열심을 내믄서 살아가고 있구나.

되돌아오는 길에 다시 반짝 햇살이 비친다.


마을에서부터 우리를 따라오던 커다란 개 두 마리

워디서 월매나 뒹굴고 놀았는지

흙투성이 긴 터럭을 부비적거림서 줄곧 우리헌티 촐랑대는걸 보니

어지간히 사람이 그리웠던 모양이다.ㅎㅎ

우리 차에 오르기까지 내내 맴돌다가 돌아서는 뒷모습이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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