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꿈낭구 2018. 9. 26. 23:00


추석명절 연휴 마지막날 가까운 산에 다녀왔다.

금욜 저녁 퇴근후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왔던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꿈같이 지나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이의 처소로 떠나는 아이를 배웅하고

차가 저만치 사라져 보이지 않지만

고속도로 사정이 오후 들면서부터 절정에 이를거라기에

서둘러 보내야 덜 고생스럽겠다 싶어서

점심 먹고 오후 두세 시쯤 올라간다던 아이를 떠나보냈다.

장거리 운전에 더구나 부모입장에서 보면 늘 초보운전 같은 아이가

귀경길에 고생스러울것을 생각하니

아쉽고 애틋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덜 붐빌때 보내는게 좋겠단 생각이었다.

세상의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떠나는 자식을 위해 모쪼록 안전하게

덜 고생스럽게 처소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리라.

울타리 너머로 아이의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그렇게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와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연휴 끝자락인데도 등산객들이 많아 주차장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계곡의 물소리를 즐기며 편백숲을 지나 쉬지않고 한달음에 한참을 오르니

얼굴에 땀방울이...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물봉선이 한창인 가을산.

귀여운 고깔모자 같은 모습이 매력이다.

참으로 기묘헌 모습을 지닌 꽃이다.

어제 결혼기념일이었는데

미처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던 미안함에

이쁜 야생화 꽃으로 마음을 담아 요렇게 만들어서

남푠에게...ㅎㅎ

함께한 세월이 얼마였나 돌이켜보니

참 많이 살았지 싶다.

철없던 신혼시절엔

우리 둘 합해서 백 살 까지만 살자고 했었는데...ㅎㅎ

한참을 더 살았으니

사는날 동안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참 행복한 삶이었지 싶어 새삼 고맙고 감사하다.

정상에서 땀흘리며 지친 발걸음으로 내려올 이들을 위해

잠시 이곳에서 쉬어가는 동안 행복하라고

여기 이렇게 이대로 두고 하산하기로 했다.

맑은 가을하늘에 노랗게 익은 감이 꽃처럼 이쁘다.

산형과 식물들은 비슷비슷해서

자세히 들여다 보아도 늘 긴가민가...

잎을 보면 궁궁이 같고

줄기가 꼿꼿한걸 보믄 신감채 같으니...

신감채는 둥그런 꽃 무더기인 작은 산형화서가 열 개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요것은 열 개가 넘으니

그렇다면 어수리??

꽃이 피는 시기도 비슷비슷하니 항상 헷갈린다.

모처럼의 산행으로 심신을 달래고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그래도 도로상황이 많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와 식탁에 마주앉아도

자꾸만 아이의 흔적에 눈길이 가고

더 싸주지 못한 먹거리들이 아쉽기만 하다.

문득 우리 부모님도 이러셨겠구나 싶으니

갑자기 그립고 보고프고...

생전에 좀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게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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