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이게 얼마만인지...

꿈낭구 2020. 2. 14. 17:04


하도 신종 바이러스 광풍으로 흉흉해서

사람들 많은곳을 피하는게

면역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요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인지라 이른 시간에 출발했었지요.

온천욕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햇살도 따사롭고 봄날씨 같아서

우리만의 봄맞이 데이트장소를 찾아갔어요.

좁다란 흙길 진입로가 이렇게 달라졌네요.

지난 여름 수술후 처음으로 트레킹화를 신고

피켈을 들고 복수초를 만나기 위해 조심스레 걷는 모습에

남푠은 역사적이고도 감동적인 이 순간을 길이길이 남겨얀다고

몰카를 찍었대여.

윗쪽에서 찍어서 난쟁이 똥자루 같이 찍었다믄서

재밌어 죽갓는 모냥여라.ㅠㅠ

정말이지 감격스러운 봄나들이였어요.

한낮의 햇살이 물에 비추이니

보석처럼 반짝이는게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산새들의 노래소리에

강물위를 가로지르는 물새들의 화답 또한 아름다웠고요.

정다운 물오리 한 쌍이 멋진 그림을 그려냅니다.

한적하고 고요한 이곳에서

한참이나 놀았네요.

이런 하늘 정말이지 얼마만에 보는지 모르겠어요.

숲으로 들어가는 길 아래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를 반깁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곳이라서

예전에 저 높은 능선까지 오르는 동안

사람 하나 구경 못했었당게여.

산자락을 깎아내고 도로를 만들었네요.

예전의 운치있던 조붓헌 산모퉁이길을 휘돌아 걷는 즐거움은

아쉽게도 누릴 수 없게 되었어요.

그런데...아직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모양인지

복수초 군락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울창한 편백숲도 지나고

졸졸졸 흐르는 시내도 건너야는데

길이 사라졌어요.

저 멀리 산등성이에는 벌목한 나무들이 쓰러져있네요.

아마도 벌목한 나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이 길을 정비한 모양입니다.

아쉽게도 복수초도 노루귀도 붉은대극도

만날 수 없었어요.

우리만의 비밀의 장소를 잃어버린게 너무나 아쉽고

해마다 이른봄이면 찾아가서

그 사랑스러운 꽃술잔에 눈을 맞추고

황홀해하던 추억으로 마음을 달래기에는

너무너무 안타까웠어요.

사람들 발길 뜸한곳이라서

하루 종일 예쁜 꽃을 피우고 기다리고 있을텐데...

봐줄 사람도 없는 산속에서 애처로워 어쩐다지요?

붉은 대극의 군락지는 벼랑끝에 있어서

더더욱 애간장을 태우며 만날 수 있었는데

길을 넓히느라 바위를 깎아내 절벽이 만들어져서

이젠 붉은 대극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어요.

너무 아쉽네요.

졸졸 흐르는 이곳에서 새 한 마리가 그림같이 서 있네요.

복수초야 복수초야 내 마음 너도 알지?

찬란한 봄이 오기전에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라서

쵸콜릿 대신 지난번 남푠이 몽땅 사다놓은

쵸코파이 두 개를 집을 나서면서 주머니에 넣었는데

차에서 보니 사라졌어요.

에효~!! 망혔쓰...

남푠은 오늘 첫걸음마한 아기도 아닌디

감개무량혀서뤼 자기가 특별히 준비헌 이벤트가 있다며 델꼬 온 곳여라.

아주 유명한 우족탕집이라는데

이걸 꼭 먹여야긋다네여.

꾀기는 안 먹어도 이것만큼은 먹어줘얀다공...

소면을 넣고 보글보글 끓고있는 뚝배기에서

요렇게 해서 먹어야지 골다공증도 예방하고

수술한 다리도 잘 회복된다믄서 시범을 뵈야줍니다.

뽀얗게 우러난 진한 국물은 아주 꼬숩고 맛있었어요.

가위로 먹기좋게 잘라서 안 보이게 국수로 말아서 먹어보라고...

이렇게 요상스럽게 생긴 부위도 먹어줘야 회복이 빠르단디

보기와는 달리 오돌오돌 아주 색다른 식감이네요.

먹기만 허믄 날마다라도 사준다며

깍두기랑 김치랑 번갈아가며 먹으니

이건 말 그대로 보약같은 한 끼 식사였어요.

모처럼 맛있게 먹다보니

딸랑구한테 이걸 먹이고 싶더라는...

집에 돌아오니 배부르고 노곤해서 졸음이 스멀스멀 몰려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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