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겨울왕국에 다녀오다.

꿈낭구 2020. 1. 4. 15:50


다리를 다치고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을 지나

겨울로 바뀌도록

아직 부실한 몸상태로 자칫 우울감이 들까봐 염려스러운지

아니면 부실한 아내 때문에 발이 묶여서

그토록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남푠이

견디기 힘이 들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워째 룸쏴비쑤가 찬란허등만

산골의 장터귀경을 델꼬 가긋다고...

아니...딱히 살것도 없는데다

컨디션도 썩 좋은 상태가 아니라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정말 애쓴 남푠을 위해

무겁고 힘든 몸을 일으켜 외출준비를 하자

남푠 얼굴이 햇살처럼 빛이 나며 먼저 내려가서

차를 따뜻허니 군불 지펴놓긋다네여.

ㅎㅎ그렇게도 좋아하는것을...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오늘은 남푠을 위해서

힘들어도 흔쾌히 따라나서기로 했지요.

 가는 동안 내내 남푠이 생일선물로 사준 CD를 들으며

창밖의 멋진 풍경과 차 안에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에

완죤 낭만데이트 분위기!

산골의 장터는 생각보다 작고 을씨년스러웠고

잔뜩 기대하며 먹거리를 사려고 벼르던 남푠은

차라리 구례장터로 갈걸 그랬다며 난감해라 합니다.

그래서 찾은곳이 바로 이곳. 

무주리조트로 향했답니다.

그곳은 딴세상~~!!

겨울왕국입디당.

이곳에서의 추억이 바리바리...

그냥 여기에 머무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함께 추억하는것 만으로도 충분했다지요.

가족들과 함게했던 추억들...

특히 돌아가신 엄마생각이 났지요.

엄마 편찮으신 후

어쩌면 가족여행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오빠는 편찮으신 엄마와 함께한 우리 가족들의 모습을

내내 영상으로 담기 바빴었지요.

기일에 모이면 마치 앞에 계신듯

엄마의 생생한 음성과 모습을 마주하며

우리 가족들은 지난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추억하곤 합니다.

이곳은 우리에게 참 많은 추억거리가 있는곳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때 찾아와도 마냥 좋았던.

ㅎㅎ오전시간이라서인지 비교적 한산한 슬로프에서

스키를 즐기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며

우리의 한창때 스키에 빠져 지냈던 지난시간들이 떠올랐네요.

아이 어렸을때라서 둘 중 한 사람은

아이를 케어해야 했기 때문에

퇴근후 야간스키를 타러 와서

교대로 타기로 해놓구선 사라져서

야간스키 끝나는 음악이 흘러나와서야 나타났던

남푠때문에 삐졌던 생각.

그도 그럴것이 스키부츠나 안 신었으면 그나마 자유로웠을것을

차 키를 가지고 사라졌기 때문에

아이와 나는 꼼짝없이 스키부츠를 신고

불편한 로보트걸음으로 언제나 우리 차례가 돌아오나

하염없이 기다리다 남푠을 야속해했던 생각도 나구요

어쩌다 리프트를 잘못타서

중급자 슬로프에서 스키를 걸머지고 걸어 내려오던

왕초보시절의 형부 모습에 배꼽을 쥐고 웃었던 사연도 떠올랐어요.

여름밤 이곳에서의 연주회는 또 얼마나 환상적이었던지요...

오토캠핑장에서 갑작스런 비 예보로 싸이렌이 울려

대피하는 소동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젊은 시절의 달달했던 추억들이 곳곳마다 서려있어서

그냥 이곳을 찾는것 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했네요.

아직 다리가 불편해서 가까운곳에 주차를 해야했는데

주차장이 이미 만차라서 가까이에 주차를 할 수 없어서

결국 차에서 내려보지도 못했네요.

하긴...우리가 이곳에서 스키를 탄것은 딱 한 번이네요.

우린 주로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로 스키여행을 하곤 했으니까요.

언젠가는 이곳에서도 즐겨보리라 했었는데

허리디스크로 그 꿈은 사라지고 말았드랬쥬.

돌아오는 길에 내려다 보이는 용담댐의 모습도 아름다웠지요.

그러고보니 참 우린 이 길을 수없이 오갔던것 같으요.ㅎㅎ

이른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던 모습과

해질녘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당.

마음만 먹음 언제든 이 멋진곳을 찾을 수 있으니 축복입니다.

나른한 오후 햇살이 차창 깊숙하게 들어오는데

우리의 뮤직살롱은 여전히 우리를 가슴 설레게 허능만유.

돌아오는 길에 때늦은 점심으로

이곳을 선택했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참이나 줄을 서서 기다려서야

겨우 두 자리를 확보해서

보리비빔밥을...

흐흐흐 이 맛을 아는 사람들은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읎답니당.

새알심 동동헌 팥죽그릇 남실남실...

남푠의 팥칼국수는 아직 끓고 있는 중이라는데

옆 자리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이쁜가보다고...

그네들이 더 먼저 왔는데 우리부터 준다믄서...

알고보니 팥칼국수는 팥죽 보다 시간이 더 걸리나봐요.

결국 다 먹을 수 없이 많은 양으로

용기를 사서 담아갖구 와야했지요.

아...글고봉게로 팥죽 먹어야쓰긋네여.ㅎㅎ

돌아와서 눈도 못뜨고 드러누워 있어야 했지만

글두...오랜만의 남푠과의 멋진 데이트에

살금살금 스며들던 우울감은 온데간데 읎어졌구만이라.

'풍경이 있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게 얼마만인지...  (0) 2020.02.14
온천 다녀오는 길  (0) 2020.01.20
지리산 나들이  (0) 2019.11.28
지리산의 품속에서  (0) 2019.11.28
가을날 오후 나들이  (0) 201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