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여름같은 봄날

꿈낭구 2021. 4. 26. 15:54

아침에 일어나 밥 안치고 나온 잠깐 사이에 해가 둥실 떠올랐다.

어느새 해가 떠오르는 위치가 한참을 비켜나서

서재를 지나 거실을 지나고

이제는 아이방에서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은행 볼일도 볼겸

마침 치과 정기검진이 예약되어 있어서

일찍 서둘러 나갔는데

오래간만에 울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근처 치과로 향하는데 높다란 오동나무가

이렇게 꽃을 피웠다.

작년엔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느라

약국에 다녀오면서 이 오동나무 꽃 사진을 찍었었는데...

오동나무 꽃을 보면 울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가 이 오동나무꽃 색깔을 참 좋아하셨기에...

하늘에서 내려다 보셨음 

내가 이렇게 올려다보는거 아셨을텐데...

새벽장이 파하기 전에 천변의 장터로

취나물을 사러 갔더니 이미 장 파하는 모습이라서

오래 간만에 한옥마을쪽으로 돌아서

주차장으로 가기로 했다.

이미 예전의 분위기가 아니다.

비 오던 날 우산을 함께 쓰고

한옥마을 골목골목을 걸으며 데이트를 즐겼던 시절과는

달라도 너무나 많이 달라져서

어서 벗어나고 싶어 한적한 길을 찾아들었다.

코로나 시국에 어렵다는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나 상업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걸렸다.

걸음을 재촉하며 

천변을 따라 걸어서 주차장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워서 그런지 

걷는 사람들이 없다.

담장 위로 예쁜 꽃에 잠시 마음을 빼앗기고...

남푠은 소바를 먹고 싶은 눈치다.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서 사람들이 없을거라면서...

올해 첫 소바와 콩국수.

우리가 들어가서 먹기 시작하려던 순간부터

줄곧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들이켜고

나오니 속이 갑갑했다.

마음 편히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집 말고는 어디 있으랴.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손질도 못해놓고 간 채소들을

씻고 다듬고...

그렇게 한참을 주방에 머물러 있는 동안

남푠은 어느새 모자를 눌러쓰고 탱자울타리에 빠져있다.

돌나물과 부추와 달래도 씻어서 건져두고...

정말이지 잠깐만 움직이면 몇 끼니 

초록초록한 맛난 반찬을 먹을 수 있으니

이 전원생활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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