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 오탁번
수수밭가에서 팔 휘저으며
새 떼 쫓는 할아버지나
보행기 밀고 가다가
느티나무 그늘에 쉬는 할머니는
중얼중얼 혼잣말 잘도 하신다
그 말을 가만히 귀동냥해서 들으면
그게 바로 시다
그러나 문장으로 옮겨 적으려는 순간
는개처럼 흩어져 버린다
마른기침 사이로 쉬는 한숨에는
전 생애의 함성이 있고
캄캄한 우주를 무섭게 가로지르는
살별의 침묵도 있다
중얼중얼 혼잣말이여
아 알짜 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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