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아침햇살이 가득한 유월의 뜨락에
이렇게 흐드러지게 핀 꽃들도 보러 나가지도 못하게
힘든 코로나 백신의 후유증으로
지난 월요일 부터 요 며칠 나의 일상이 마비가 되었다.
그 와중에 냉동실을 비워야 하는 상황.
딸랑구의 택배가 배송되어
냉동실에서 밀려난 남푠이 지난봄에
거문도 할매들이 해풍 맞은 쑥으로 만들었다는
쑥개떡 한 뭉치를 찜기에 쪄서
갓 내린 커피와 함께 배달되었다.
이거라도 먹어야 타이레놀을 먹을 수 있다면서...
남들은 가볍게 그다지 고생 안 하고들 지나더니만
이게 웬 고생인지...
으실으실 추우니 따끈한 걸 먹으면 좀 낫지 않을까?
한 김 나간 뒤에 먹어야 더 맛있는데...
밤새 너무나 힘들었던지 입맛도 없다.
이 좋아하는 떡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타이레놀 먹고 무릎담요 뒤집어쓰고
끙끙대며 누워있는데
또 택배가 배송되었단다.
남푠이 주문해준 책이다.
읽고 싶은 책들을 적은 메모지를 보고 주문하면서
깜짝 선물로 한 권을 더 추가했다고...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도 탁자에 이렇게 놓인 대로
하루가 흘러간 후에서야 책 제목들을 챙겨보게 되었다.
빨리 나아서 행복한 책 읽기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에구구... 못 말리는 남푠이다.
오징어 땅콩을 맛있게 먹는 걸 보더니
지난겨울에 덜컥 오징어 땅콩 한 박스를 주문해서
1일 1 봉지씩 실컷 먹으라고 해서 먹이더니만
아직 남아있는데도 또 신상이라며 나온 지 얼마 안 돼
지난번 것처럼 깨진 게 없을 거라며 사준 게
이젠 질려서 그닥 흥미가 없어하자
이번에는 평소 드라이브할 때 즐겨 먹던 꼬깔콘을 주문했단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애들도 아닌 어른이
무신 간식을 작정하고 먹느냐고...
사준 성의를 봐서라도 맛있게 먹어줘얀디
너무 많아서 그런지 도통 맛이 안 난다.
한 봉 갖구서 둘이서 나눠 묵는 맛이라얀디...
그나저나 이 많은 과자를 어디다 보관을 햐.
이곳으로 이사하고 딱 한 가지
갓 구워서 배달된 피자가 젤루 아쉽댔더니
전기오븐을 사줄 거냐고.
이사 오면서 가스오븐레인지를 두고 오면서
건강한 식생활을 하겠노라 다짐하며
온갖 베이킹 트레이까지 다 두고 왔는데 새삼스럽게...
마트에서 사다 냉동실에 넣어둔 불고기 피자를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어보니 그런대로 먹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