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주말 데이트

꿈낭구 2011. 10. 30. 22:40

 

주말 오후 비가 올거라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약간 우중충하긴 하지만 어딘가로 길을 떠나보자고

내남자는 이런날 집에 있기엔 넘 억울(?)하지 않느냐며

은근 부추깁니다.

그리하야...깊어가는 가을을 만나러

무조건 발길 닿는대로 가보기로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차량들로 시내를 빠져 나오는데

제법 시간을 보냈구먼요.

어인일인지 시야가 온통 뿌연게

오늘은 여엉 사진찍기에도 적당치 않을거고

어여쁜 단풍귀경도 성에 차지 않을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운암호를 끼고 미개척지를 향하야 무조건 숲속 깊은곳으로 들어갔지요.

인적이 드문곳이라서 길가에 들깨를 수확해서 말리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요것은 또 뭣이래여??

생전 첨보는 어여쁜 덩굴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우거져서

넘넘 신기해서...

 

추수가 끝난 산촌의 다랭이논에서

참 보기 어려운 요러헌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네요.

어릴적 국어교과서에 나온 '의좋은 형제'가 떠올랐어요.

 

 

차에서 내려 한참을 산길을 걷다보니

온갖것들이 다 신기하기만 합니다.

오쪼믄 이케도 아름다운 빛깔인지요.

 

조붓한 산골의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온갖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지라

꽃구경, 열매구경...그러다가 하마트면 쇠똥을 밟을뻔 하였지요.

ㅎㅎㅎ 아마도 며칠전 소달구지에 거름을 실어 나르지 않았나 싶었어요.

길 한복판에 푸짐헌 쇠똥이 주욱 늘어서있는게

비탈길을 오르며 힘을 쓴 모냥이지요?ㅋㅋ

 

 

콩을 수확해서 미처 거두지못해 이렇게 쌓아둔 모양입니다.

이런 모습 또한 정겹고 너무나도 푸근해서

저절로 발길을 멈추게 됩니다.

 

한적한 도로변 도처에서 이런 모습을 만났지요.

 

이렇게 작은 감은 곶감을 만드는 감일까요?

가지가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어요.

그냥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내가 가득 낀 이곳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무조건 내려서 억새가 무성한 호수주변을 걸어보기로 했어요.

 

 

이런 마실길이 숨어있는줄은 여태 몰랐거든요.

뜻밖의 소득입니당.

 

마실길이 정비된지 그리 오래된것 같지는 않은데

길은 그냥 앞서거니 뒷서거니 이야기하며 걷기에 딱 입니다요.

 

가끔 낚싯대를 드리운 사나이들 말고는

호젓하기 그만이라서

우리들세상이 되었네여.

 

원래는 저곳은 섬이었나봅니다.

돌을 쌓아 길을 만든 모습이 꽤 품을 들인것 같은데

저 너머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보물섬을 탐험하러 가는 아그덜맹키로

호기심이 동혀서 일단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이름모를 새들의 노랫소리 말고는

그야말로 적막하기만 합니다.

바스락바스락 우리가 밟고 지나가는 낙엽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한동안 아무도 걷지않은 길인듯...

발자취를 찾아볼 수 없어요.

호숫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후드득 낙엽이 날립니다.

 

 

호수를 끼고 가을에 젖은 이 길을 한참이나 걸었는데

아름답고 한적한 이곳이 너무너무 마음에 듭니다.

이런곳에 자그마한 집을 갖고싶다는

꿈을 하나 갖게되었어요...ㅎㅎㅎ

 

 

한참을 걷다보니 딴세상이 펼쳐집니다.

오늘 우리의 탐험이 점점 흥미진진해 지네여.

 

노오란 은행잎을 즈려밟고 한참을 걸었더니

저만치서 강아지 한 마리가 달려갑니다.

아마도 근처에 인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곳에 과연 어떤 집이 있을까...

 

ㅋㅋㅋ 아마도 아까 줄행랑을 쳤던 녀석의 소행일까요?

검정고무신 한 짝이 난데없이 멋진 낙엽에 둘러싸여

웃음짓게 하는군요.

이 고무신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근처에 장갑도 한 짝 물어다 놓은걸 보니

강아지가 무척 심심했던 모양입니다.

점점 궁금해져서 걸음이 빨라집니다.

 

 

드디어...누군가의 별장인듯

아주 조그맣고 예쁜 황토벽돌 별장이 호수를 바라보며

그림처럼 있는데 ㅎㅎㅎ 그 옆에는 조그마한 닭장이 있고

이렇게 멋진 둥지를 발견해서 정말정말 가슴이 콩닥콩닥...

아마도 지난 여름 이곳에선 꼬꼬댁 소리를 들을 수 있었겠지요?

 

 

한참을 지나니 아주 멋지게 가꾼 정원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집니다.

입구에는 사유지인듯 줄로 막아두었어요.

그곳에서 되돌아 나오며

우리만의 비밀의 정원을 간직한듯 기쁨이 충만해졌습니당.

 

 

아마도 호수의 수위가 높아지면 이 줄배를 이용해서

건너가는 모양입니다.

아웅~ 이런곳에 아주 조그마한 오두막 하나 갖고 싶어졌어요.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해가 지려는지 마악 산등성을 넘어갑니다.

맑은날과는 달리 색다른 풍광을 만드는군요.

이런곳에 살면

누구나가 시인이 되고 음악가가 되고 화가가 되지 않을까요?

'풍경이 있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산행  (0) 2011.11.18
강천산  (0) 2011.11.06
무주의 가을  (0) 2011.10.24
주말나들이  (0) 2011.10.23
아침안개  (0) 201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