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텃밭 순시를 안 혔등만
이케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네여.
김장용으로 항암배추 모종 몇 개를 사다 심었는데
이번에는 배추흰나비를 초장에 단속헌다고
이렇게 한냉사를 씌워서 공들여 키울 거라더니만
대체 이게 무신 일이래여.
엊그제 텃밭에 고추 따러 나갔다가 실상을 알게 되얏구만요.
남푠이 울 형님댁에서 한 줌 얻어온 비료라는 걸
항암배추 주변에 줬다는데 이렇게 드러누웠다며
뒤늦게서야 이실직고를 헙디다요.ㅠㅠ
긴급처방으루다 조석으로 물을 줘보기도 하고
나름 회생을 시켜보긋다고 애를 써봤단디
이제는 포기해얄것 같다공...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려서 혹시나 하고 살펴보러 나갔다 들어오더니
올가을 절임배추 값을 용돈으로 물어내긋다믄서
아주 구슬픈 목소리루다 옷은 잔뜩 젖어갖구서뤼...
오늘처럼 날 궂은날에 빨래꺼정 벌어주다니...
남푠의 수심이 깊어진다는 고백에 웃음이 빵 터졌쓰요.
상추는 아주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네요.
배추에만 준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ㅎㅎ
쑥갓도 야들야들한 잎에 빗방울을 잔뜩 머금고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대추나무 꼭대기에 호박이 달렸어요.
호박넝쿨이 높다란 대추나무 꼭대기 꺼징 타고 올라갔네요.
대추나무가 호박넝쿨에 시달려서 대추들이 자꾸 떨어지나 봅니다.
호박이 마침 먹기 좋게 커서 따 달라고 부탁했어요.
이거 말고도 단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린 호박도 있다네여.
호박을 따면서 넝쿨을 잡아당기니 대추까지 우수수 떨어졌어요.
대추가 큰 것은 엄청 크고 달아요.
크기 순서로 쪼르르 이렇게 줄을 세우니
보통 일반적인 대추가 맨 꼴찌.
이 왕대추가 얼마나 큰지 비교해보세요.
대추가 크기도 하고 당도도 높은데
겉은 멀쩡한데도 속에 있는 씨 부분에
벌레가 있는 게 많아서 불안해서 맘 놓고 못먹겠더라구요.
그래서 꾀를 냈어요. 이렇게...
반나절 동안 대추를 작은 과도로 잘라서 씨를 분리해내고
이렇게 썰어서 식품건조기에 말리기로 했지요.
하룻밤 말렸더니 바삭바삭하게 잘 말랐네요.
이거 마르는 동안에 온 집안에 달큰한 대추 향이 물씬물씬 풍겨서
넘나 좋았어요.
이렇게 지퍼백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면 좋겠지요?
앞으로 남은 대추들도 이렇게 해서 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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