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5월 31일

꿈낭구 2022. 5. 31. 21:22

어제 너무 무리했던 탓인지

몸이 여기저기 반란을 일으켜서

치과와 한의원 순례를 하게 되었다.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이전한 단골 한의원을 찾아갔더니

숲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생각 보다 거창했다.

침 맞고 물침대에 누워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경치가

액자 속 풍경 같다.

까페를 찾은 손님이 한의원 보다 많아

그늘 진 명당에는 이미 젊은 연인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마주하고 

차를 마시고

저 멀리 보이는 정상까지 오르던 능선을 따라

눈으로 걸었다.

한의원에서 아메리카노 쿠폰을 주어

남푠은 아메리카노

나는 라떼.

빵과 커피를 마시는게 식사 보다 더 비싸지만

멋진 풍경을 즐기는 값이려니...

집에 돌아와 대문 앞 담장을 타고 오른 아이비 잎에서

이상한 것이...

벌레 같기도 하고 어쩐지 기분 나쁜 몹쓸 풀씨?

낮에 여름날씨를 방불케 하더니

앵두가 이렇게 빠알갛게 익었다.

앵두나무는 우물가에 심어얀디...ㅎㅎ

어느새 보리밥도 익었다.

어릴적 고향집엔 앵두나무만 있고

보리밥나무가 없어서

옆집 소꿉친구네 집의 보리밥이 그렇게나 부러웠었다.

어릴땐 파리똥나무라고 불렀었는뎅...

잎에도 열매에도 마치 파리가 똥을 싼 것 처럼

점점이...ㅋㅋ

달콤새콤하면서 살짝 뒷맛이 떫은 맛이

그렇게나 좋았었는데 우리집에 이 나무가 없는 게

몹시 아쉬웠었다.

이젠 맘껏 실컷 따 먹을 수 있는데

지금은 먹는 것 보다는 보면서 눈으로 즐기는 게 더 좋다.

올해도 앵두와 보리밥으로 청을 담가야지.

요즘 뒷뜰이 꽃들로 화사하다.

오죽도 올해 올라온 죽순이 성큼성큼 자라더니

어느새 층층나무와 맞짱을 뜰 기세다.

화려하기 그지없던 뽀삐로 뒷뜰이 5월 내내 화사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

그토록 화사하고 아름답던 뽀삐가 절정의 시기를 지나

이렇게 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즐거움.

꽃잎이 흩어져 날리고

씨방에 아주 작은 씨앗들이 여물어가고 있다.

옮겨 심고 애가 탔는데

이렇게 핑크핑크한 작은 꽃송이들을 피워놓고

손짓을 한다.

어서어서 자라서 반대쪽 덩쿨장미와 겨루어 보지 않을래?

귀엽고 사랑스러운 미니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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