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날씨에 방콕 중인데
슬슬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지난번 폭설로 하도 힘들었던지라
그리 달갑지 않은 눈이다.
좀 날리다 그치려나 했더니
점점 눈송이가 커진다.
아무래도 금세 눈이 쌓일듯 하여
점심 먹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놀다 가기로 했던 딸랑구를
서둘러 보내는게 좋을듯.
바람까지 불며 심상치 않은 날씨라서
눈이 더 쌓이기 전에 조심해서 운전하고 돌아가는 게 좋겠다 싶어
먹거리 좀 가져가라 했더니 한사코 사양하는지라
키위와 상추만 들려보냈다.
회색빛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는데
서재 창가 나무 위에서 뭔가 수상쩍은 움직임이...
새를 잡아서 뜯고 있는 듯.
눈치를 챘는지 돌아앉더니 당돌하게 우리를 쳐다본다.
처음 보는 새 같은데 제법 크고 사나워 보이는게
혹시 매??
한참을 이 나무 위에서 사냥감을 뜯더니
몸을 부풀리며 경계태세를 취한다.
헐~!
그렇게 내려다 보면 어쩔건데...
울집 고양이들이랑 시봥 함 해보긋다능겨?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오죽이 사정없이 바람에 휘청인다.
댓잎 위에 쌓인 눈송이가 바람에 흩날리는데도
금세 이렇게 솜사탕 처럼 내려앉는 눈.
어깨가 아파서 눈 치우기가 힘이 들다보니
이젠 눈이 달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