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태풍 '카눈'의 위력

꿈낭구 2023. 8. 10. 15:33

비바람이 요란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는데

파라솔 고정장치를 해놓았는데도 

거센 태풍에 밤새 흔들리는 소리가 위태위태.ㅠㅠ

아침에 비를 맞으며 파라솔 두 개를 접어서 정리하고 났더니

속절없는 물족제비가 되었다.

거센 빗방울도 빗방울이지만

바람이 어마무시해서 우산은 애시당초 아무 소용이 없었다.

광풍에 나무들이 속절없이 파도 치듯 춤을 춘다.

어찌나 이번 태풍 '카눈'의 기세가 대단한지

감히 바깥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나서

속절 없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수시로 다용도실의 창가를 서성이기만 했다.

이러다가 나무가 뽑히거나 꺾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번 비바람은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한 방향으로 비를 뿌려서

장마철에도 마음 놓고 창을 열어둬도 되는 다용도실의 미니창에도

이렇게 비가 세차게 뿌린다.

파라솔을 철거하니 비바람이 어찌나 정신없이 춤을 추는지

냥이들의 집 입구를 이렇게나마 막아서

비를 피할 수 있게 했는데

그 와중에도 현관문 앞에 세워둔 슬리퍼가 이렇게 바람에 날렸다.

태어나 생전 처음 경험하는 깜순이와 삐돌이는

겁을 잔뜩 먹은 눈빛으로 몸을 사린다.

갑자기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싶은게지.

그칠 줄 모르고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바깥으로 나가 살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태풍에 이리저리 시달리는 나무들만

바라볼 수밖에...

층층나무와 오죽이 바람에 이리저리 시달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점심 무렵 살짝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서

고양이 밥을 주러 나갔더니

어미들은 없고 깜순이와 삐돌이만 남아있었다.

배가 고팠던지 깜순이는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삐돌이는 아직도 겁먹은 모습이다.

그 사이에 삐돌이 밥 까지 깜순이가 다 먹어치웠다.

에효~! 

바람에 꺾인 장미가 비에 흠뻑 젖어있다

아까워서 꺾어다 거실에 꽂아두고 즐기기로.

위태위태한 키가 큰 화초들은 처마 밑으로

보다 안전한 장소로 옮겨두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인디안감자가 꽃을 피웠는데 

줄기로 휘감고 자라서 태풍피해는 없을듯.

반대편 미니찔레는 땅으로 줄기째 누워있어서

조심조심 원위치로 데려다 주고

미니사과는 처참한 몰골로 절반 이상은 떨어지고

한바탕 전쟁을 치룬 듯...

코끼리마늘 이라며 내년에 심을 종자로 쓰겠다더니

이렇게 비를 흠뻑 맞았다.

2층 데크 난간에 쳐놓은 갈대발이 세찬 비바람을 못이기고

너덜너덜해져서 철거를 하러 올라갔더니

위에서 내려다 보니 한바탕 고난을 겪고 난 화초들이 안쓰럽다.

제대로 나무에서 피면 한참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아깝다.

비에 흠뻑 젖은 꽃송이를 털어서 들여왔는데도

완전 비에 젖어 애처롭다.

이렇게라도 데려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말고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사람만 힘이 든 게 아니다.

모쪼록 큰 피해 없이 제발 '카눈'이

우리나라를 얌전히 빠져 나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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