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남푠이 월요 산행을 하잔다.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운동 삼아 다녀오기로 했다.
오늘의 코스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한 곳인데
예전에 이 코스에서 아주 커다란 멧돼지를 만나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리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이 코스를 다녀온지 아주 오래 되어서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계곡의 물소리가 청량하다.
우리가 오르는 동안 딱 한 사람을 만났다.
그만큼 이 계곡길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한 길이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유난히 많은 곳인데
다리의 이름을 순서대로 줄줄 외우곤 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간만이라 순서가 까막까막~~
첫번째 다리에서 계곡의 물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속으로 다리 이름을 순서대로 말하는 놀이중.
오래전에 울 큰성이 건강이 나빠졌을 때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며 언니와 매일 이 계곡길을 찾았었다.
자연 속에서 점점 회복되어 마침내 건강을 회복하기 까지는
힘들다고 징징대기도 하는 언니를 위해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해서 이 길을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산에서 언니가 회복되어
마침내 우리 김씨스터즈가
중국의 황산을 함께 여행하게 되었던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인지라 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어머나~!!
낙엽을 들추자 이렇게 어여쁜 모습이~
넘나 이쁘당!!
제비꽃 같기도 하고......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하다 보니
오늘은 온전히 우리 둘만의 코스가 되어
그야말로 여유롭게 산길을 걸으며
3월의 봄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은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긴짐승이 출몰할 시기는 아니라서
호젓한 산행이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른 코스들 보다는 현저하게 등산객의 발길이 뜸하다 보니
물소리 바람소리를 즐기며
산새들의 지저귐에 놀멍쉬멍~~ㅋㅋ
잘 다듬어진 다른 코스들 보다
어찌보면 원시림 느낌이랄까?
쓰러져 반쯤 누운 나무에 버섯들이 덕지덕지~~
울 꾕성이 이걸 보면 두드러기가 날거라며 웃었다.
울언니는 좀 징그러운 것만 봐도 두드러기가 나곤 해서
내가 어릴적에 언니가 소름끼치며 놀라는 모습을 보려고
짓궂은 짓을 하곤 했었다.
이 숲은 대나무와 시누대가 많아서
새들이 많이 날아들어 청아한 새 소리에
기분이 좋아지는 코스.
물소리와 바람소리와 새들의 노래소리가 어우러져서
즐거운 산행을 하게 되었다.
뒤따라 오르던 남푠은
앞서 걷는 나를 보며 모악산 날다람쥐라며
아직 살아있단다.ㅎㅎ
내가 오래전에 건강을 잃었을 때 이 산을 매일 오르내리며
자연 속에서 완전히 회복했던 곳이라서
내게는 더욱 특별한 곳이다.
산 정상으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오래간만에 비단길로 올라가서
하산하기로 했다.
예전에 우리 네 자매가 진달래 만발한 이 산을
꽤 여러 차례 걸었던 추억이 생생하다.
봄바람이 엄청 불던 어느 해에는
돗자리로 김밥 말듯 단체로 몸을 둘둘 말아
낄낄대며 하산하기도 했었다.
약수터를 지나 능선길로 올라가노라니
옛날 추억들이 떠올라 갑자기 언니들이 보고싶어졌다.
이 다리는 예전에 없었던 것인데
다리를 건너 비단길 능선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어서 좋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곳곳마다 나에게는 추억이 서린 산이다.
예전에는 정말 날다람쥐 처럼 이곳을 오르내렸었는뎅......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은 남푠과 함께 느림보 산행을 하며
옛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앞으로도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산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진달래가 활짝 핀 능선길을 따라
느긋하게 봄을 즐기며 하산 하는 길.
낙엽 카펫 위를 걷는 색다른 느낌.
바스락 바스락 재밌다.
오늘 황사가 심해서 그런지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하다.
소설 동백꽃이 떠오르는 이곳.
생강나무 꽃이 달큰한 향기를 선물한다.
우리집 정원에도 생강나무를 심었는데
올해는 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피가 너덜너덜한 산수유와는 달리
생강나무는 수피가 매끈하고 예쁘면서
꽃향기가 너무 좋아 꽃을 덖어 차를 만들기도 했었다.
사초에 갈색으로 돋아난 부분이 흥미롭다.
언니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서도
사초를 보면 곱게 곱게 머리를 땋아주곤 하며 놀았었는뎅.
이것은 뭣이당가?
겨울 동안 지내던 벌레집이 아니었을까?
이미 구멍을 뚫린걸 보니 세상을 향해 나아간 흔적 같다.
벌레집이 가지에 매달린 모습이 흥미롭다.
이번 것은 다른 모양이다.
이것 역시 겨울 동안 이 외투 속에서 지내다가
따사로운 봄이 되자 세상 밖으로 나간 흔적이리라.
산 중턱쯤 내려오는 산길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
너무너무 어여쁜 진달래꽃이다.
봄 마다 진달래꽃 필적에는 화전을 부쳐서 즐기곤 했었는데
올 봄에는 그동안 몸이 아파서 하지 못했으니
봄놀이로 진달래 화전을 부쳐보리라.
내려오는 길에 파스텔 처럼 은은한 봄빛이 그득한 모습을
담아보았다.
간만에 느림보 걸음으로 천천히 봄빛으로 물든
산에서 충전을 빵빵하게 해서 돌아왔다.
우리의 추억이 곳곳마다 서리서리 담겨 있는 곳.
지금의 전원생활도 좋기는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게 바로 예전에는 가까워서
산을 매일 오르내리곤 했었는데
이사하고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매일 찾기는 어려운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산행을 하기로 결심~!!
ㅋㅋ남푠은 집에 돌아와서 종아리가 땅긴다공......
나는 멀쩡해서 괜찮은뎅~~~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싱싱한 모습을 보니 아직은 싸라있단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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