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새식구 맞이하기

꿈낭구 2013. 3. 7. 09:34

 

 

지난 여름 지가 수술허고 입원허고 있던 동안에

수험생 뒷바라지허랴 더운 여름날 매일매일 나오는 빨래 세탁하랴

집안 살림만도 어렵고 힘들틴디

조석으로 부실헌 아내 병문안허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허게 정신읎이 바빴던 울신랑이

미처 챙기지 못혀서리 지가 애지중지 키우던 구피가

죄다 생을 달리혔었구만요.

 

 

퇴원해서 집에 돌아올 즈음에

그제서야 이실직고를 허는 울신랑...

아쿠야~! 참 둘러대기도 하여간 재치있게 둘러대는규.

울집 물꾀기들이 주인마님이 입원해 수술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어서 쇼크사를 혔다지뭐유?

그 말도 어쪼믄 그케 심각헌 표정으로 허던지

고만 웃음이 터져나왔구먼요.

푸핫하...

 

 

한동안 빈 어항으로 방치되어 있던 요기다가

오늘 새식구를 맞아들였구먼요.

한지공예 함께 배우던 동생이 하두 손이 빨라 번개여사란 닉넴을 붙여줬는디

그 최번개여사가 얼마전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게 됨서보텀

강아지 사랑에 푹 빠져서 이 구피를 향한 애정이 식었던지

어느날 처분(?)을 허긋다공...

그랴서 득달같이 울집으로 델꼬 오라고 혔지라.

그동안 너무 바쁘게 지내느라 물꾀기 생각을 잊고 있었는디

언지 델꼬 갈거냐고 점점 줄어들어서 다섯 마리 밖에 안 남었다믄서

전화가 왔쓰요.

물꾀기를 새로 맞어들일라믄 어항청소도 새로 혀야허고

물도 미리 받아두고 혀양게로 쬐꼼만 시간을 달라고 혔등만

한사코 얼렁 델꼬가라고 성화여유.

그랴서 급히 어항을 꺼내다 베란다에 있던 물을 채우고

수온이 낮아서 적응 못허게 될까봐서 전기방석을 켜서 거기 어항을 올려놓고

무릎담요로 둘러 씌우는 수선을 아침내동 떨었구만요.ㅎㅎ

드댜~~!!

최번개여사가 비니루봉다리에 다섯 마리의 구피를 델꼬 방문을 혔쓰요.

오매낭~! 귀욘것들...

다섯 마리의 구피를 애지중지 어항속에 이사시켜

양지바른 거실 창가에 두고 인사를 나눴쓰요.

 

 

요넘 강아지가 바로 그집 쥔마님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귀요미랑게여.

아기를 안듯 요넘 콩이를 보듬고 울집에 들어섰는디

야는 낯선 사람을 특히나 좋아헌대나요?

어찌나 저를 졸졸 따라댕기는지...

발에 걸려 넘어질 지경이었다우.

 

 

최번개여사 역쉬 요즘 저와 똑같은 처지라서

둘이 마주앉아 자식과 제2의 탯줄 자르던 심경을 주거니 받거니...

생전 첨 아들을 떠나보낸 소감을 털어놓으며

순간순간 문을 열고 '엄마~!'허고 부름서 나올것만 같다고...

그 맴...너모나 잘 알지라잉.

어제 아들헌티 다녀오느라 하루 혼자있게 혔등만

이 콩이라는 강아지가 쥔마님이 외출헐 낌새를 금세 눈치채고는

오늘은 결단코 혼자 못있긋다고 이케 따라나선 모냥입니다.ㅎㅎ

 

우리끼리만 야그를 헌다고 아기 보채듯 낑낑거림서

징징대더니 제 발을 잘근잘근 물어뜯음서 대화를 방해허능규.

결국 이렇게 보듬고 앉어서 야그를 혀야만 혔는디

아~ 요넘 이 표정조까 보셔라.

아들 떠나 보내고 맴이 정처읎는 쥔마님 심사를 알 턱 읎는 콩이는

시종 자기조까 봐달라고 온갖 아양을 다 떠는디

참말루 증말 이쁘긴 이쁩디다잉.

 

 

결국 우리의 대화에 비집고 들 틈이 읎단걸 알고 체념을 혔는지

품에 안겨 커다란 눈망울을 껌먹 껌먹거렸쌌등만

이렇게 단잠에 빠져들었쓰요.

글두 최번개여사는 이삔 딸도 하나 있구

이런 귀요미 콩이도 져티 있응게로 지 보담은 훨 수월허니 극복헐 수 있을테쥬?

콩이가 깨자마자 서둘러 돌아갔는디

눈 앞에 귀여운 콩이가 왔다리갔다리 헙네당.

에구...내넌 구피나 델꼬 놀아야긋다 허고 들여다 봤등만

어어...이를 워쩐대여.

배가 잔뜩 부푼 한 마리의 움직임도 수상시럽고

다른 한 마리는 자꼬만 뒤집어져 떠오릅니다.

야들이 혹시 애정결핍증이 아닌가 싶어

긍정 레이저빔을 어항을 부등켜 안고 열심히 쏘아댔는디도

좀체로 회생헐 기미가 안 보입네당.

흑흑흑...

울집에 오자마자 두 마리를 묻어줘야 혔구만요.

다행히 남은 세 마리는 아조 활기차서 한시름 덜었구만요.

어항에 비해 물꾀기가 넘 적어서 몇 마리 더 사다 넣어줬음 싶은디

야떨이 적응헌 담에나 혀얄랑게뵤.

새로운 환경에 적응허느라 힘들팅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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