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동무를 위한 기도

꿈낭구 2013. 3. 14. 18:24

 

 

ㅎㅎㅎ 요것이가 뭣인종 아실랑가요?

 

뭣 눈엔 뭣만 뵌다공...

오늘말여라.

실은 지 동무가 잠깐 다니러 왔던 유학중인 아들을

머나먼 나라로 떠나보낸 날이거덩요.

벌써 몇 번째의 헤어짐이건만

여전히 이별의 아픔을 주체하지 못허고 있을것 같어서 전화를 혔등만

아니나다를까...

월매나 울었는지 코맹맹이소리가 전화 저편에서 들려옵디다.

자식 떼어보낸 날 그 심정이야

최근에 몸소 겪어본 지가 오죽 사무치게 잘 압니꺼...

만사 재쳐놓고 운전험서도 달음박질을 혀서

동무를 델꼬 간만에 산에 갔었지라.

 

아들이 공항에 도착해서 보낸 엄마 사랑한다는...

벌써부터 엄마가 보고싶다는 문자에

동무의 왕방울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능규.

 

어제 비가 내린 뒤라서 계곡의 물이 불어나 세차게 흘러내리고 있는 산 속으로

함께 걸어가며 이런저런 야그들로

동무의 허전헌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기쁨조 역할을 감당혔구먼요.

 

'엊저녁으 말이다. 접때 자기가 울신랑 생일선물로 준 그 비싼 샴푸로

머리를 감등만 오날침 출근험서 머릴 빗음서 허는말이

밤새 머리가 월매나 빡빡허니 났능가 빗질이 잘 안 된다능겨.

생일을 음력으로 한 번 더 찾어묵어얄랑갑다지 뭐냐.'ㅋㅋㅋ

 

두 집 남정네들이 요즘 머리카락이 가늘어짐서

많이 빠진다고 신경이 쓰이는 모냥이라고

탈모에 효험있는 샴푸를 동무가 선물혔걸랑요.

 

'ㅎㅎㅎ그냥반 유머는 백만불짜리당. 푸하하...'

 

그냥 집에 있었음 이별의 슬픔에서 허우적댔을낀디

우쨔튼지 잠시나마 아픈 이별을 잊을 수 있었던 산행이었구만요.

그러고는 밥을  먹으러 구비구비 돌아 찾아간 산골의 어느 소박헌 음식점에 들어갔는디

 

 

동무는 또 아들 생각에 달기똥거튼 눈물을...

그 애달픈 맴이 지헌티꺼정 전해져서

저마저 콧날이 찡혀지능규.

그때...

 

 

바로 요것이 지 눈에 딱 걸렸씀다요.

'야~! 저것잠 봐라. 저게 뭔종 알긋냐?'

동무가 눈물 젖은 눈으로 고개를 들고 올려다봅디다.

동무의 두 번째 맑고 쾌청헌 웃음소리를 듣는디

왜케 흐믓허든지 말여라. 

 

 

요즘에 워디서 요런 자물쇠(?)를 본당가요잉?

도둑넘이 요것을 돌리는 동안 맴이 달러지게 안 생겼쓰요?ㅋㅋ

 

 

한 쪽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이 벽장 안에는

얼마나 진귀헌 물건들이 있었을까요?

요것을 보닝게 어렸을적 외갓집 벽장이 생각 났쓰요.

한옥의 벽장 보다는 상당히 개량된 벽장이지마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한 장면이 아닌게뵤잉?

 

 

덕분에 다시 평정심을 찾아 검은콩 들깨수제비를 맛나게 먹을 수 있게 되얏쓰요.

원 시상에나 이케 어마어마헌 뚝배기를 가득 채운 푸짐헌 양을 조까 보셔라.

 

 

따끈따끈헌 방에 마주앉어서

맛난 수제비로 배를 든든허니 채웠구먼요.

우리가 때늦은 즘심을 먹는 동안에도

'꼬끼오~!! 꼬끼오~!!!'

아니...이게 뭔소리여? 워디서 나는 소리뎌?

해가 중천으로 떠올라 기울어질 판이구만...

'고넘 참 목청도 우렁차고 씨언타~!'

ㅎㅎㅎ

오래된 한옥 한켠에 토종닭들이 있더라구여.

 정감있는 푸근헌 시간을 보냈답니다.

 

 

차를 돌려 나오려는디 아니 죠건 또 뭣이다냐?

그야말로 오늘 타임머신을 탄거 아녀?

 

 

이런 첩첩산중에 여관이라니...

삐뚜룸~헌 한글간판 오른편에는 한문으로...

언제부터 이곳에 자리잡고 있었는지 몰러도

정말 새로운 모습을 발견혔구먼요.

 

 

이 교회당 종탑 또한 나무로 만들어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어있쓰요.

얼마나 정다운 풍경인지요...

 

 

문을 삐그덕 열고 들어가서

두 손 모으고 기도를 하고싶은 산골의 오래된 교회당이네여.

마음 깊은곳으로부터 절절헌 기도가 샘솟듯 솟아났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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