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나무의 철학

꿈낭구 2016. 12. 28. 13:56


 

 

나무의 철학

                                -조병화-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쉼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살아 있는 동안 아프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겠느냐만,

나무는 모든 아픔을 이겨냈다.

부러지고 찢긴 가지 적잖아도

나무는 상승의 본능으로 지상의 조건을 초월했다.

(중략)

나무는 오로지 태양이 낸 빛의 길을 따랐다.

가을에도 푸른 잎 떨구지 않는 그의 자태는 견고하다.

그러나 그 역시 작은 바람에도

어쩔 수 없이 흔들려야 하는 지상의 생명이다.

사람처럼 그가 겪은 가슴 아픈 일, 마음 상하는 일이

어디 한 두 가지뿐이었겠는가.

끝내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높이에서 피어낸

전나무 가지 끝에 걸린 바람의 향기, 생명의 정체가 궁금하다.

비상의 본능이 솟구치는 이유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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