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철학
-조병화-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쉼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살아 있는 동안 아프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겠느냐만,
나무는 모든 아픔을 이겨냈다.
부러지고 찢긴 가지 적잖아도
나무는 상승의 본능으로 지상의 조건을 초월했다.
(중략)
나무는 오로지 태양이 낸 빛의 길을 따랐다.
가을에도 푸른 잎 떨구지 않는 그의 자태는 견고하다.
그러나 그 역시 작은 바람에도
어쩔 수 없이 흔들려야 하는 지상의 생명이다.
사람처럼 그가 겪은 가슴 아픈 일, 마음 상하는 일이
어디 한 두 가지뿐이었겠는가.
끝내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높이에서 피어낸
전나무 가지 끝에 걸린 바람의 향기, 생명의 정체가 궁금하다.
비상의 본능이 솟구치는 이유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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