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읽히다
-문현미-
초록과 연초록 사이로
힐끗 계절이 스쳐 지나갈 때
저 푸르름으로 반짝이는
눈부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
빛나는 꽃의 순간을 숨 가쁘게 꿈꾸며(···)
기억의 성을 쌓고 싶다
너와 나의 안쪽이 바람의 속도로 만나서
찔레 향기 머무는 눈빛의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살아 있음이 아무 죄가 되지 않는 이런 날에는
맹목의 황홀한 죄 하나 짓고 싶다
* 연초록과 초록 사이의 계절, 봄과 여름 사이의 푸르름 속에
꼭 사춘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사계절 어느 때인가 "눈부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면
바로 그때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뜻하지 않았던 이 만남은 전여 몰랐던 그 누가
'너'로 다가오는 데서 시작된다.
이 새로 나타난 '너'와 지금까지 있어 온 '나'의
내밀한 관계는 바람과 햇살과 물기가 피워낸 꽃이다.
이 꽃의 향기를 누구나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다.
"황홀한 죄 하나"짓고 싶었던 순간은
그러나 지나간 다음에야 회상하기 마련이다.
흔히 과거시제로 이야기하는 사랑을
우리는 지금 현재시제로 읽고 있다.
<김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