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꿈낭구 2018. 10. 28. 06:54




                                -김영인-


걸음을 못 걸으시는 어머닐 업으려다

허리 꺾일 뻔한 적이 있다

고향집으로 모셔가다 화장실이 급해서였다

몇 달 만에 요양병원으로 면회 가서

구름처럼 가벼워 진 어머닐 안아서 차로 옮기다가

문득 궁금해 졌다, 그 살 죄다 어디로 갔을까?

삐꺼덕거리던 관절마다 새 털 돋아난 듯

두 팔로도 가분해 진 어머니를 모시고

산 중턱 구름식당에서 바람을 쐰다

멀리 요양병원 건물이 내려다 보였다

제 살의 고향도 허공이라며

어제 못 보던 구름 내게 누구냐고 자꾸 묻는다(···)




"어부바"라는 감탄사를 요즘은 거의 듣지 못한다.

아기를 등에 업고 포대기를 두르는 대신

가슴에 안거나, ㅇ모차에 태우고 다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아기를 보면서 두 손으로 일을 하려면,

등에 업어야 했다.

와서 업히라고 아기를 부르는 "어부바"는

엄마의 가장 겅겨운 목소리였다.

 부모가 늙고 병들어 보행이 어려워지면,업어서 모셔야 한다.

요양원에 입원한 뒤 갑자기 노쇠해진 어머니를 안아서

차에 태우던 아들은 어렸을 때 자기를 실팍한 등에 업고 다니며 길러 준 엄마,

몇 달 전만 해도 무거워 업을 수 없었던 어머니의 몸이 너무 가벼워서 놀란다.

온몸에 살이 다 빠지고 새털처럼 가벼워져서

마침내 하늘로 날아가 버릴 삶의 무게를

어머니는 자식에게 이렇게 가르쳐 준다.

                                    <김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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