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울시골집에서의 행복한 시간

꿈낭구 2017. 5. 26. 23:06


2017년 5월 26일 금요일

아침에 딸랑구 출근시키고 곧장 울시골집으로 달려갔어요.

어제 하루 수업 있어서 못갔는데도 어찌나 궁금하던지요...ㅎㅎ

이렇게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데 어찌 즐겁지 않긋써라잉?

좀더 가까이서 들여다보려구 무릎을 꿇었당게라.ㅋㅋ

울 베란다에서 햇빛경쟁에 시달리던 요넘이

이곳으로 이사와서 한참을 낯가림이 심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누런 이파리를 따줌서 공들인 보람이 있구만요.

오늘 이렇게 어여쁜 모습으루다 화답을 허드랑게여.

꽃 지고 난 지 한참이 지나 이렇게 야무지게 성숙해지고 있는 모란을

한참이나 들여다 봤네요.

화려헌 꽃과는 달리 귀여운 모습입니당.ㅎㅎ

야떨도 울베란다서 이사온 친구들인디

땅맛을 알아갖구 있는대로 죄다 요렇게 꽃을  피워올리고

벌 나비를 기다리고 있어요.

황홀헌 작약의 시대가 다 지나가나 혔더니만

늦게서야 꽃을 열심히 핀 핑크빛 자태가 넘 곱구 이쁘구만요.

홑꽃을 더 이뻐했드랬는디

오늘은 화사헌 핑크드레스로 단장헌 야가 증말 사랑시럽구만요.

남들은 다 요렇게 찬란했던 시대를 마감허고 있구마는...

울신랑이 젤루 이뻐허는 화려헌 장미가 도도허니 하늘을 향해 매력을 발산헐라는디

야가 뭣이다냐?

왠 털목도리를 자꼬만 허라고 성화당가?

장미가 목덜미가 근지럽다고 바람을 불러들입니당.ㅎㅎ

까치발을 허고 자세히 들여다봉게로

고것은 바로...

장미허고는 한참이나 떨어져 사는 요 할미꽃에서 날아간 모냥입니당.

아쿠야~!

허연 머리털이 바람 한 줄기에 속절읎이 한 웅큼씩 빠져 나가능게벼라.

오홍~!!

곧 민대머리가 될 판여라.

할미꽃을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본게 츰이다보니

고저 신기허기만 헙니다요.

할미꽃의 다채로운 모습들 앞에서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눈을 맞춰감시롱 수다를 떨었네요.

아까부터 달달헌 단물을 노리고 곡예를 허고 있는 요넘.

눈부시게 아름다운 주인공은 바로 요것여라.

꽃가루받이를 안 혀주고 무신 곡예만 그케 혀쌌는당가잉?

오래전 우리가 이곳에서 살던 시절

시어머님께서 요 꽃 모종을 하나 가져다 주셨는디

뒷뜰에 완죤 쫘악~~~ 밭을 이뤘네요.

그땐 이름을 몰라 우리끼리 지어내서 야를 어머니꽃이라 부르기 시작혔는디

몇 년 전에서야 이 꽃 이름이 우단동자라는걸 알게 되얏구만요.

그랴두 우리는 여전히 야를 부를땐 어머니꽃이라구...

이 화사헌 꽃을 볼때마다 어머님 생각이 나서 그립네요.

저를 참 이뻐해주셨드랬는디...

아구구...쉿~!!

귀헌 손님이 찾아오셨구만요.

깨진 항아리 조각에 깃들인 욘석은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에서 목을 있는대로 뽑아올리구서뤼

해바라기를 허고 있구만요.

벌써 노오란 꽃망울이 보입니다.

실수로 뽑힌 야가 바로 캐모마일였드래여?

고깔모자라도 씌워서 따가운 한낮의 햇살을 피허게 해줬어얀디

시상으나 그렇게 힘없이 쑥 뽑혀져 올라온 녀석을 뒤늦게서야 발견허고는

너무 미안해서 빗물 받는 통의 그늘 아래에 옮겨심고 물을 주고 갔었는디

그사이 이렇게 꽃을 피우다니요.

요즘 이런 푸르른 하늘 보는게 얼매나 좋은가 말여라.

맨날 허구헌날 미세먼지로 우중충허기 이를디 읎었는디

하늘 바라기를 허기 딱 좋은 날입니다.

감나무가 워뜨케 감당헐라고 이케나 많은 꽃을 피워냈는지 몰러요.

떨어진 감꽃으로 꽃목걸이를 만들고 팔찌를 만들던 생각이 납니다.

어느새 빠알갛게 앵두가 익어가고 있드랑게여.

수줍게 이파리 뒤에 숨어서 애를 태웁니다그려,

오후 들어서 따사론 햇살에 얼마나 익었나 궁금혀서 나가봤더니

어허~!! 요놈좀 보소~~!!!

쥔도 몰라보고 감히 먼저 입맛을 다셔야??

어쭈구리??

여그도 져그도 노린재들이 신혼여행을 단체로 왔능게뵤.

고얀녀석 같으니라구~!

사진좀 찍긋다는디 고냑헌 내얌쉬를 퓡겨대고 그랴?

다시 앞뜰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지난번 털도 안 난 벌거숭이 어린 새들이 얼마나 컸나 살펴보려고 혔등만

어느새 다 자라서 훨훨 날아 둥지를 떠나고 읎어라.

은신처로 아주 그럴듯허니 둥지 위에 커다란 이파리로 문꺼정 만들어 덮어뒀더니만

문으로 쓰였던 이파리는 시들어서도 본분을 다허고 있다가

살짝 들여다보는 순간 스르르 떨어져 내립디다요.

어미가 새끼를 키우는 동안

이 근처에는 방해가 될까봐 얼씬도 못허고 먼발치로만

도둑맹키로 슬쩍슬쩍 눈으로 훔쳐봤는디

이젠 커다란 오엽송 나무그늘 아래에서 맘놓구 책을 읽어도 괜찮긋네여.

한동안 이 둥지땜시로 이곳 나무그늘에 범접도 못혔었당게여.

몇 번 못먹은거 같은디 어느새 치커리가 꽃대를 하늘로 향하여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네요.

솜털 보송보송허구마는...

아쿠쿠...심들었구낭!

몇 배나 되는 흙이불 무게를 감당허느라 월매나 애를 썼는지

빵꾸가 여기저기...

장허다 장혀~!!

박수를 심껏 침서 격려를 해줬구만요.

싹을 틔우는 생명의 신비라니요.

같은 날 심은 바질이 양지바른 곳과 불과 한 시간 정도 차이를 둔 그늘쪽의 바질이

이렇게 다릅니다.

그래도 열심히 씩씩허니 자라고 있는 바질을 향해 뭐라고 속삭여줬게여~?

야네들도 다 듣는단 말여라.

맨날맨날 공부혀얀다고 가방여다가 책만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는

가방에서 끄내보지도 못허고 도루 들고 돌아가기를 벌써 몇 주짼디

ㅎㅎ이젠 더는 게으름을 피울 수 읎어서

오늘은 도착허자마자 요렇게 끄내놓기는 혔는디 ㅋㅋ

과연 책을 들여볼 시간이 있을지 몰긋당.

싱싱헌 채소들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라고

레몬오일이랑 발사믹식초랑 발사믹글레이즈도 챙겨오구

지난 수욜날 텃밭에서 뽑아다가 담근 배추랑 열무로 담근 김치도 챙겨갖구 왔쓰요.

울집에서 하나 둘 물어다 놓은 살림살이들이 ㅋㅋㅋ

엊그제 만든 구수헌 부추차를 한 잔 마셔볼꺼낭?

감식초를 만든다고 아주 쬐끄만 항아리에 요렇게 뒀는디

시골집으로 오늘 델꼬 왔지요.

옥상에 내다놔얄지 선선헌 그늘에 놔둬얄지를 몰라

결국 집안으로 뫼셔들여야긋다공...

괴발개발 얽어 맹글은 오이네집

지난 수욜날 만들어준 오이 의자 덕분에

편안히 누워 오이가 하늘과 맞짱을 뜨고 있구만요.ㅎㅎ

신기방기~~!!

목화씨에 붙어있던 하얀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뾰족허니 세상 밖으로 나왔던 목화 새싹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어요.

날마다 싹이 하나씩 나와서 한눈에 봐도 누가 막내인지 금세 알어차릴 수 있어요.

넘 귀엽고 이뻐서 납작 엎디어 키사진도 찍었쓰요.

옥상에서 내려다본 텃밭은

지난 수욜날 한바탕 수확을 혀서 나눔을 헌 관계루다 휑~헙니당.

사실...솎아서 다듬고... 아침에 내린 비로 흙이 튀어서

씻어서꺼정 주려다보니 채소가 워냑 다양허고 게다가 양이 많아서 넘나 피곤혀서

앞으로는 증말 울 식구 먹을 만큼만 심어얀다고 투덜댔거덩요.

ㅋㅋㅋ 염소와 퇴깽이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거 맹키로 초토화...

달랑 한 개 열린 체리는 연두빛에서 노오랗더니만

오늘은 살짝 발그레헌 때때옷으로 갈아입었네여.

행여나 바람에 떨어질까 애지중지.


에효~!!

나무그늘로 들어가려다 낯선 고냥이 한 마리 땜시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네요.

갸도 놀랐던지 훌쩍 담장 위로 뛰어올라 사라졌어요.

오후들어 점점 바람이 요란혀서 텐트 속으로 들어가 책을 펼쳤지만

집중이 안 되야서 공연히 필기구가 맘에 안 든단 핑계대믄서

한 시간도 못되야서 또 궁디 들썩~! ㅋㅋ

울시골집에서의 행복한 시간였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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