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시다 구함 -윤진화-
봉제공장 박 사장이 팔십만원 떼먹고 도망을 안 가부렀냐
축 늘어진 나무 맹키로 가로수 지나다 이걸 안 봤냐.
히밀라야믄 외국이닝께 돈도 솔차니 더 줄 것이다, 안 그냐.
여그 봐라 아야 여그 봐야,
시방 가로수 잎사구에 히말라야 시다 구함이라고 써 잉냐
니는 여즉도 흐느적거리는 시 나부랭이나 긁적이고 있냐
그라지 말고 양희은의 여성시대나 글 보내 봐야,
그라믄 대학고 사 년 대학원 이년 글 쓴다고
독허게 징했으니께 곧장 뽑힐 거시다
거그는 김치냉장고도 준다니께 그나저나 아야 여그 전화 좀 걸어 봐야
누가 시다 자리 구했음 어쩌냐
히말라야도 조응께 돈만 많이 주믄 갈란다.
아따 가스나 전화 좀 해 봐야
포돗이 구해온 것이랑께
여그여 여그 볼펜 놔누고
그려
눈 덮인 히말라야와 봉제공장이 만났다.
시다의 바늘과 나무의 이파리가 만났다.
봉제공장 시다와 히말라야 시다도 구분 못하는
이 무식한 사랑이 오늘의 시다.
김치냉장고 하나 사드릴 수 없는 '나부랭이'
못난 시의 부끄러움이 바늘잎이 되어 속을 콕콕 찌른다.
시에 윤리가 있다면 아마도 뼈 아픈 이 부끄러움 때문이리라.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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