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만추

꿈낭구 2018. 11. 9. 23:30


향교의 은행나무가 노란 이불을 덮고 있다.

오전 수업을 끝내고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오던 중

지난밤의 비바람으로 잎을 떨군 가로수길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고만 내려서 걷고 싶은 충동이...

바람에 우수수 흩날리던 낙엽이 환상이었다.

혼자 보기 아까웠 오후에 걸어서 산책을 나갔다.

이야기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시내까지...

천변을 따라 걸으며 데이트를 즐겼다.

돌틈 사이로 어쩜 이리도 곱디고운 붉은빛으로 물을 들였을까.

한옥마을까지 걷다보니

경기전의 단풍이 우리의 발길을 붙들었다.

금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로

여전히 북적북적~~

예전의 고즈넉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만큼

항상 들뜬 분위기다.

그래서 정작 이곳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나

우리집에 손님이 올때나 찾게되는데

간만에 이런 이른 오후시간에 이곳을 걷노라니

오히려 우리가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고운 단풍을 담기에는

시기적으로 조금 늦은듯...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많고

선남선녀들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인기많은 장소이다 보니

우리는 비교적 한산한 곳만을 골라서 천천히 걸었다.











전동성당의 모습이 솔숲 사이로 보인다.

하늘의 구름 사이로 햇살이 퍼져나오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렇게 한참을 그곳에서 걷다가

다시 한옥마을의 비교적 호젓한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탱자나무가 고목이 된 모습을 보고

담장 밖에서 우린 걸음을 멈춰섰다.

지붕보다 높게 자란 탱자나무의 나이는 도대체 얼마나 되었을까?

탱자가 노랗게 익어 매달린 모습이 신기했다.

담장의 기왓장 사이로 내려앉은 낙엽들이

운치가 있어서 좋다.


천천히 걸어서 향교까지 이르렀다.

오랜 세월을 지켜낸 은행나무 아래

노란 카펫이 펼쳐진듯...

만추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침 사진 전시를 하고 있어서 둘러보고




늦가을 늦은 오후의 햇살이 점점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봄날에도 이곳에 왔었구나.

그땐 주말 이른 아침이라서 아주 호젓해서 좋았는데...






왠 카메라 부대들이 눈에 띄어 봤더니

방송용 촬영을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실물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게 될 줄이야...


그러고 보니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

서너 시간을 걸은듯...

정말이지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탔더니만

어리둥절~

교통카드를 내릴때도 찍어야허는지 몰라 눈치를 살피며 낄낄대고

아주 오래전 우리의 푸르른 시절에

서로 길을 마주하고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버스를 타기 위해 바라보던 간이터미널 앞을 지나며

풋풋했던 연애시절 데이트하던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