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5일
다행히 수능시험때 마다 꽁꽁 얼어붙던 매서운 추위는 아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도심을 빠져나와
지리산 둘레길을 향해 달렸다.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운전하기 애를 먹을 정도로 안개가 짙어
한동안 바깥세상 구경이 불가능했었다.
밤재터널을 통과하고부터 높은 지대라서 그런지
아침햇살에 눈부신 가을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우리도 저 길을 걸었었는데...
지리산 둘레길 1코스로 알려진 비교적 걷기 수월한 밤재코스다.
추수가 끝난 논밭의 풍경은
산 중턱에 걸린 안개와 더불어 특별한 분위기다.
우리의 목적지인 방광마을로 향하는 길.
이곳은 다시 안개가 자욱하다.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드디어 챰새미마을에 도착해서 주차하고
채비를 갖추는 동안
수능일이라 오늘 하루 학교를 가지않는 학생들 무리가 떠들썩하다.
선생님과 함께 둘레길을 걷는 모양이다.
에너지 가득한 청춘들이 먼저 앞장서 걷고
다시 적막해진 길에 혼자서 산행을 하는 남자분이 지나가고
그리고는 우리뿐이다.
예전에 이곳에 왔을적엔 추워서 꽁꽁 싸매고 걸었었는데...
보석같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산수유나무다.
잎이 다 지고 난 후에 수확을 하려는지 아직 그대로다.
안개 자욱한 길을 따라 숲으로 향했다.
어느새 푹신하게 낙엽카펫이 깔렸다.
중량제한을 해얄것 같은 낡은 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고
숲의 나라에 빠져들듯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
안개에 휩싸인 대숲은 한층 더 어둡고 캄캄하다.
대숲을 빠져나오니 다시 평탄한 이쁜 길이 이어진다.
아무도 걷지 않은듯 자연 그대로인 길을 향하여
타박타박 걷다보면
또 다시 이런 내리막길이 펼쳐지고
그러다가는 어두워서 무서울만큼 칙칙한 대숲을 지나고
아... 내가 좋아하는 숲길이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좀 늦은것 같다.
목튜립의 노란 단풍이 가지끝마다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이미 잎이 다 지고 앙상한 가지뿐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위해 이곳을 내어주셨다는 농장주의 따뜻한 배려.
이 감농장을 내어주지 않으셨더라면
한참 먼 길을 돌아가야 할뻔했다던데...
이번에는 이렇게 잠시 편안히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까지 내어주셨다.
감사하게도 이 감나무의 감들을 그대로 두셔서
이곳에 앉아 쉬면서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게 배려를 해주신것 같다.
감나무 단풍도 무척 아름답다.
안개에 휩싸인 감밭은 그야말로 신비로운 풍경이다.
정성껏 가꾸신 대봉시가 어른 손바닥 보다 조금 작을 정도로 알이 굵다.
보기에도 너무나 탐스럽다.
지난번처럼 둘레꾼들이 지나는 감농장 길목
감나무 아래에 약간의 상처난 감들을 이렇게 둘레꾼들을 위해 놓아두셨다.
따뜻한 마음에 정말이지 감동이다.
우리보다 앞선 학생들도 이곳에서 감의 달콤함에 감동했으리라.
우리도 감 한 개 맛보며 걷기로 했다.
너무나도 물이 많고 달콤한 맛있는 단감이다.
아름다운 농장주의 마음 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경들을 마음에 가득 담고
다시 길을 떠난다.
안개가 더욱 짙어진 산골마을
고사리밭도 노랗게 단풍이 들어
이렇게 멋진 늦가을의 한 풍경 우리에게 선사한다.
숲으로 향하는 작은 디딤돌 사이로 폭신한 낙엽들이 소복하다.
잎을 다 떨궈낸 나목들이 열병하듯 서있는 이곳을 지나는 기분도 쏠쏠하다.ㅎㅎ
강아지풀도 이슬에 흠뻑 젖었다.
자연과 교감하며 걷는 둘레길이 그지없이 좋다.
이 아이들이 없었으면
가을겆이 후 모습이 조금은 허허로워 보이지 않았을까?
이슬에 젖어 잔뜩 고개숙인 강아지풀이며 억새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초록과 대비되어 너무나도 붉고 어여쁜 산수유 나무들과
늦가을의 정취를 뿝뿜 뿜어내는 단풍과
곱디곱게 물든 남천의 잎과 열매들까지 우리를 황홀하게 한다.
예술인마을 입구
낙엽이 소복한 이 쉼터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길을 잃지 않도록 갈림길 마다 세워져있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반갑고 익숙한 이정표
그 길을 따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기로 한다.
바스락 바스락 가을노래 삼고 걷는 길이다.
늘상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
아침이슬이 영롱해 보석보다 더 아름답다.
갈림길이다.
둘레길을 걷는 동안 보기 드문...
방광마을과 난동마을로 나뉘어지는 길이다.
이 감나무에 매달린 감은 특이하다.
길쭉한 생김새에 보석처럼 때깔이 아주 멋진 감이다.
이건 따먹지 않고 그대로 두고 보면서 즐기기 좋은 종자같은데...
우리집에도 요런 감나무 한 그루 사다 심어볼까나?
예전에 일 길을 걸었을땐 온통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었는데...
거의 수확을 끝낸 감나무에는 그래도 곱게 물든 잎이 남아있어
그것만도 충분히 아름답다.
안개가 중턱에 걸린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우와~! 어여쁜 보석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좀작살나무
위로 올라갈수록 우리의 발 아래로 펼쳐지는 모습들은 환상이다.
구불구불한 임도를 따라
산허리를 감고 걷노라니 땀이 난다.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이지만
경사가 그리 가파르진 않아서 운동삼아 걷기 딱 좋은 길이다.
게다가 오전 햇살에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로
상쾌하기 그지없는 멋진 길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저 멀리 높은 봉우리에 아득하게 보이는 구조물...
그렇게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쉼터에 이르렀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 둘 만의 멋진 장소다.
산 아래로 펼쳐진 멋진 풍광을 즐기며
원래 예정에 없던 여정이었기에
오늘 아침 급하게 싸온 도시락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사온 더덕으로 무침을 만들고
울시골집 텃밭에서 자란 쑥갓과 상추랑 함께
아침에 직접 쑨 도토리묵을 양념장에 곁들여 먹노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이제 여기에서 산동으로 내려가얄지
차를 세워둔 방광마을로 다시 되돌아 내려가야할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그런데 산동으로 내려가는 길 보다
방광마을까지 내려가는 길이 훨씬 멀다.
예전에 산동으로 내려가봤으니까
오늘은 이곳에서 되돌아 가기로 한다.
그렇게 됨 우리는 오늘 장장 16km 가까이 걷게 되는 셈이다.
산동에서 택시를 불러서 차 있는곳까지 돌아가는것 보다는
올라오면서 보는 풍경과
내려가면서 만나는 풍경을 비교하며 걷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으로...
구리재에서 다시 내려오며
크고작은 능선들이 구름과 안개 사이로 그려내는 풍경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우리 둘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올라갈땐 그리 오래 걸리는것 같던 길이
허망하게 느껴질만큼 금세 내려가게 되니 아깝다공...ㅋㅋ
이 멋진 소나무도 감나무에 한눈 파느라 오를땐 놓쳤던 풍경중 하나.
돌아보니 우리가 올랐던 길이 한눈에 보인다.
이 마을에선 무척 아끼고 자랑스러워할 소나무일듯 하다.
기품있고 멋진 소나무다.
우리가 지나온 예술인마을도 내려다 보이고
구불구불한 산모퉁이길을 돌아
보석이 주렁주렁한 산수유가 한낮의 햇살에 발그레한 모습이
푸른 하늘과 조화롭다.
내년 가을에는 꼭 이곳 단풍을 놓치지 말자고 다짐을 하면서
아침의 안개가 걷혀서인지
워째 대숲이 더 컴컴하다.
새들의 재잘거림도
발 아래 낙엽들의 바스락거림도
우리에겐 한없이 사랑스러운 음악이다.
아까는 놓쳤던 모습.
안타깝게도 산불이 났었나보다.
소나무들이 검게 그을리고 타고...쓰러지고...
얼마나 무서웠을끄나.
시커멓게 타버린 소나무 밑둥을 타고
붉게 물든 덩굴이 상처를 감싸안듯 타고 오른 모습이 뭉클하다.
송진을 쏟아내며 생을 마감한 소나무 곁을 한동안 떠날 수 없었다.
숲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만들어진듯 작은 연못이 가을을 가득 담고 있다.
맑은 계곡물이 졸졸거리며 흐르는 이곳에도
생명들이 가득하다.
차나무가 벌써 꽃을 피우다니..
서리라도 내리면 어쩔려구...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가 걸었던 그 길을 눈으로 더듬어 본다.
히히...우리가 죠기 죠~~기 저 높은곳 까지 올라갔다 온거 맞네.
오래간만의 둘레길 여정에 피로도 풀겸
온천욕으로 보람찬 오늘 하루를 마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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