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즐겨 찾던 가까운 산에 오후나절 운동삼아 다녀오기 위해 집을 나섰다.
꽤 오래간만에 산행이다.
그동안 공사중이라서 출입을 통제하던 계곡길 코스가 열려있어
어디가 얼마나 달라졌나 궁금해서
원래의 계획과 달리 평탄한 계곡길로 접어들었는데
산골짜기 사이의 좁다란 계곡길에 오후햇살이 마법처럼
신비로운 광경을 선사한다.
그림자놀이에 빠져들어
이곳에서 한동안 놀았다.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내릴텐데
어쩔려고 겁도 없이 이렇게 꽃대를 세운거니?
나무 밑둥에 작은 새들의 보금자리 처럼 앙증맞은 공간에
낙엽이 세들어 있다.
작은 열매 하나 들여넣어주고 왔다.
심심할까봐...
이 옷의 주인공의 후손은 지금쯤 어두운 땅속에서 긴긴 기다림의 날을 보내게 되었을까?
껍데기 조차 흔적없이 사라지게 될지 모르는데...
겨울의 맵디매운 골짜기 바람을 얼마나 버티어 낼 수 있으려나...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계곡에선
새들의 노래소리도 물소리에 파묻히고 만다.
잠시 쉬어가리고 한다.
곱디곱던 단풍들도 낙엽이 되어 계곡의 물소리에 춤을 추고 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친 바위는
먼발치에서 보면 하얗게 눈이 쌓인듯...
해그림자가 물에 녹아들며 숲은 적막해졌다.
숲속의 밥상을 멋지게 차려내셨으니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잠시 쉬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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