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봄꽃들을 만나러

꿈낭구 2019. 3. 28. 14:06


봄마다 얼레지를 만나러

그 숲에 간다.

오늘도 작은 폭포 언덕에서

보랏빛 황홀한 모습으로 어김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햇살이 산그늘에 밀려난 그곳에서

키가 작고 가냘픈 얼레지와 눈을 맞추기 위해서

무릎을 꿇고 자세를 있는대로 낮췄다.

수줍은듯 좀체로 고래를 들지않는 얼레지와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요즘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파헤쳐진 얼레지군락지를 보니

활짝 핀 꽃잎이 가재의 집게를 닮았다 하여 가재무릇이라고도 부른다.

제발 데려가지 말고 이곳에서 만나고 가면 좋으련만...

 잎이 얼룩져서 얼룩취라고도 부르고

활짝 핀 꽃잎이 가재의 집게를 닮았다 하여 가재무릇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나는 얼레지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그렇게 불러주기로 했다.

개미 유충의 냄새와 흡사해서

검은색의 씨앗을 자신들의 알인 줄 알고 개미들이 옮겨

씨의 발아를 도와 군락지가 생긴다지?

'바람난 여인' '질투'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지만

얼레지에 마음을 빼앗겨

봄마다 숲을 헤매게 되니

바람난 여인은 얼레지가 아니라

바로 내가 아닐까? ㅎㅎ

사진으로 담아온 어여쁜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세밀화를 그려보고 싶다.

큰 바위밑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양지바른 그곳에선

요맘때 늘 이 아이가 이렇게 단장을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너무나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아주아주 조그맣고 귀여운 풀꽃.

꽃술이 흡사 꽃잎이 점박인듯 보이는 개별꽃이다.

내가 사랑하고 귀여워하는 개별꽃과

한참을 몸을 말아접고 눈맞추고 놀았다.

어느새 봄은 이렇게 무르익어가고 있다.

울아파트의 백목련이 봄바람에 합창을 하는듯.

올려다보면 아득허니 현기증이 날 만큼

눈부신 광경이다.

목련차로 쓰기에 좋은 풐종인데

이제는 미세먼지 때문에 꽃차도 조금 염려스럽긴 하다.

꽃을 즐기는 방법으로는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게 제일 아닐까싶다.

만개한 백목련이 조만간 살랑이는 봄바람에

후두둑 눈이 내리듯 날릴텐데

그 때를 놓치지 말아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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