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날
만우절로 기억되지만
이제는 우리 어릴때 처럼 만우절 에피소드 같은게 없는것 같다.
ㅎㅎ학창시절엔 참 재미난 일들도 많이 벌어지곤 했었는데...
사월 첫날 산행을 했다.
아직은 잠이 덜 깬 나무들 사이에서
곱디고운 진달래꽃이 여기저기 눈부시게 피어나고 있었다.
간벌하기 전에는 이 길 양편에 온통 진달래로
환상적인 꽃길이었는데...
키 보다 더 자란 진달래가
소나무 그늘에서 해바라기 하려고 목을 빼고 있는 모습같다.ㅎㅎ
연두빛 숲으로 채색하고 있는 봄산에서는
속닥속닥 소근소근
저마다 세상을 향해 궁금한 눈빛으로 술렁거리는듯 하다.
함초롬한 진달래는 오르막 길에서도 우리를 응원하는것 같아 힘이 난다.
눈빛으로 안부를 전하며 오르고 또 오른다.
반백의 큰그늘사초가 봄단장을 하고 있다.
진달래화전을 해마다 부쳤었는데
올해는 그냥 눈으로만 즐기기로 했다.
딸랑구라도 있으면 만들어 줄텐데
이제는 달랑 둘이서 화전을 부치겠다고
찹쌀가루를 빻아오는것도 양이 너무 많으니
또 냉동실이 뚱뚱해질테고...
해서 이제부터는 격년으로 하리라 다짐을 했더랬다.
반가운 주름치마를 입고 반기는 이 아이는
아주 오래전 내가 힘들었던 시절에
나를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주었던 오리나무다.
어린 잎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 아가씨는 멋진 도토리핀을 꽂아주고
이 큰애기는 곱게곱게 머리를 땋아주었다.
얘는 곱게 빗어내린 긴 머리를 틀어올려
쪽을 지어 새각시를 만들어 주고
이러구 노느라 산행은 느려진다.
하지만 이렇게 어여쁜 아이들을 두고
어찌 그냥 지나친단 말인가.
숲속 깊은 계곡 낙엽 사이로 현호색이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가던 발걸음 멈추고
무릎을 꿇고 다정히 눈을 맞춘다.
참 빛깔이 곱기도 하지...
이곳은 현호색이 다채롭게 피어나는 군락지다.
현호색의 분류 키는 꽃잎의 모양이나 잎의 숫자,
사는 지역으로 나뉜단다.
종류도 아주 다양해서
자생식물 26종, 재배종 5종, 귀화종 1종 등
총 32종의 현호색이 등록되어 있다고.
변이도 많고 모양도 제각각이며 종류가 제일 많아서
가까이서 많이 볼 수 있다.
가운데 암술과 수술을 감싸고 있는 내화피 두 장이
봉오리처럼 붙어 있고
잎 모양이나 꽃 빛깔이 다른 개체가 많다고 한다.
현호색은 이파리 모양만큼이나 꽃 빛깔도 다양하단다.
수국처럼 살고 있는 토양에 따라 변이가 있다고.
애기현호색, 가는잎현호색, 댓잎현호색,빗살현호색,
둥근잎현호색 등등...
이곳에서 만난 현호색도 색깔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름을 모른들 어떠리
그냥 현호색이라 불러주어도 삐지진 않을거지?
계곡을 옆구리에 끼고 오붓한 오솔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웅~~나두 좀 봐달란다.
그래그래. 지금 이 순간의 네 모습을 간직해주마.
들여다보면 볼수록 참 기이한 모습을 간직한 꽃이다.
꽃모양은 물론 색깔의 변화도 예술이다.
이 아이의 이름을 알아봐야겠다.
이 꽃송이에선 어떤 꽃이 피어날까?
이런 가지에서 뻗어나온 모습이다.
가냘픈 꽃대에 비해 꽃송이가 너무나 커서
꽃대가 잘 버텨줘얄텐데...
나뭇가지가 있는데
ㅎㅎ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다람쥐의 작품일까?
몰래몰래 묻어두었던 식량을 못찾아 먹어서
이렇게 싹이 텄나보다.
묻어두고 흐믓했을 다람쥐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난다.
여기저기에서 숲은 새로운 생명들을 잉태하고
키워내느라 부산하다.
딱딱한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새싹의 힘이라니...
작은 폭포를 여럿 지나 좁다란 오솔길로 접어든다.
요것은 으름 덩굴
미나리아재비목으로 가지에 털이 없고 갈색빛이며
잎은 묵은 가지에서는 무리지어서 나고
새로 돋아난 가지에서는 어긋나며 손바닥 모양의 겹잎.
암수한그루로 4~5월경 자주빛의 매력적인 꽃이 핀다.
꽃잎은 없고 3개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거란다.
수꽃은 작고 6개의 수술과 암꽃의 흔적이 있고
암꽃은 크고 3~6개의 심피가 있다.
꽃받침은 세 장.
봄날 지리산 둘레길 걸으며 자주 만날 수 있는데
그 매혹적인 자태에 빠져 발걸음을 멈추곤 한다.
덩굴로는 바구니를 만들며
뿌리와 줄기는 소염, 이뇨작용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참 이쁘기도 하지.
가을철에 긴 타원형의 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슈크림같이 하얀 속살이 제법 맛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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