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20년의 봄날 산행

꿈낭구 2020. 4. 14. 19:30


코로나19로 여행도 못가고

마음대로 돌아다닐수도 없으니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니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 뜸할것 같은 오후 두 시쯤

산에 다녀오기로 했답니다.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이쪽 코스는 벌써 산벚이 활짝 피어

벌들이 붕붕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네요.

하늘 가득 너무나 화사한 꽃송이들이 봄을 노래하고 있네요.

아직은 다리가 온전치 못해서

걷기에 덜 부담스러운 계곡길을 선택했더니

좁다란 길가에 양지꽃들이 방긋방긋

우리를 환영하네요.

너무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반기는지라

그냥 지나칠 수 있어야지요.ㅎㅎ

한참을 눈맞추고 이야기를 건네고

귀 기울여 숲속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름진 꽃잎이 매력있는 이 아이는

오후 햇살에 눈이 부시지도 않나 이렇게 화사한 웃음을 짓고 있어요.


맞은편 산자락에는 산벚이 피기 시작해서

수채화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가장 예쁜 시기라서 실컷 보고 또 보느라고

발걸음은 자꾸 느려집니다.

진달래가 진 언덕에선 어느새 개진달래라고 부르는

철쭉이 피기 시작했어요.

이제 계곡길로 들어가는 좁다란 오솔길이 시작됩니다.

벌써부터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네요.

처음 이곳을 찾을때만 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지라

오가며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처음 이 코스로 혼자서 걸어들어가던날

어찌나 숲이 예쁘던지 저도 모르게 그만 빨려들듯이 걸음을 옮겼어요.

이 좁은 오솔길에서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내려오는걸 목격하고

너무나 두려워서 꼼짝 못하고 서있었는데

근처에 사는 분이 아침산책을 개와 함께 하던 중이었던가봐요.

개가 무서워서 떨고 한쪽에 비켜선 저를 무심하게 지나치고

한참이 지나서야 남자분이 내려오시더라구요.

휴우~!

그래서 이 오솔길에 들어서면 그때 생각이 나요.

폭포를 지나 천천히 걷다보니

지난번 보다 숲이 더 연두빛으로 예쁘게 물들었네요.

바윗틈 이끼들도 푸릇푸릇하고

폭신한 양탄자 같아 앉아서 쉬고 싶어요.

산새들의 지저귐이 청아한 숲길에서는

봄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중입니다.

반짝이는 어린 잎 하나하나까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도 환상입니다.

천천히 봄을 실컷 음미하며 오르면서도

이 멋진 풍경을 우리 두 사람만 즐긴다는게 아쉽네요.

울언니들과 함께 걷던 생각도 나고

동무랑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 하며 걷기도 했던 길인데...

하도 많이 다녀서 어디쯤에 뭐가 있는지 훤히 다 알지요.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숲은

얼마나 신비로운지요.

여기 앉아있노라면 걱정근심이 다 사라지는 매직벤치.

이곳이 바로 이 코스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랍니다.

조붓한 오솔길을 따라 걸어올라오면 세 개의 벤치가 있어요.

아래로 내려가면 계곡이 나오는데

대나무들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답니다.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서 그림이 달라지는게 큰 매력입니다.

갈 때와 올 때의 느낌도 다르지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오후 늦은 햇살도 참 아름다워요.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는데

앉아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때로는 길게 누워 하늘바라기를 하며 노는곳이지요.

이 숲으로 계속 걸어들어가면 두 번째 폭포를 만날 수 있답니다.

하지만 계곡길을 거쳐서 가는길을 더 좋아해요.

여름에도 이곳을 경계로 온도차이가 확연히 다른것을 느낄 수 있어요.

일 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가 바로 요즈음입니다.

이제는 이 코스도 제법 알려져서

어느땐 먼저 앉아 쉬던 분들이

미리 알아서 방을 빼주신답니다.ㅎㅎ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참 평안을 얻는것 같아요.

어쩌면 이리도 고운 초록빛일까요?

주름진 잎맥이 예술입니다.

그래서 또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잠시 머물게 되네요.

꽃이 지고 난 후의 노루귀 잎과 비슷해서

확인해보려고 한 컷 찍었어요.

이곳에서 노루귀를 본 적이 없었거든요.

산벚이 눈부십니다.

이리 보아도 예쁘고

저리 보아도 사랑스러운 꽃송이들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꽃송이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고

가만히 비밀이야기도 하구요

그렇게 봄날이 가고 있네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쁘지 않은게 없어요.

꽃송이 하나하나마다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먼저 피어난 꽃들은

나중에 피어난 꽃들을 위해

서로 배려하는걸까요?

햇빛을 향해 제각각 이렇게 꽃문을 열고 있어요.

사랑스런 핑크빛 점순이가

등 뒤로 늦은 오후 햇살에 부끄럽다는듯 고개를 숙이고 있네요.

뾰족뾰족 꽃망울들이 온힘을 다해 봄을 노래하고 있네요.

귀여운 꽃송이들...

어쩌면 이리도 섬세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이 나뭇잎 하나하나에서도

울아부지 솜씨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정말 행복한 하루였네요.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봄을 그저 선물로 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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