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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꿈낭구 2011. 8. 25. 23:06

유통기한

식품은 변한다. 특수처리를 해도 한계는 있다.

정부가 1985년부터 유통기한제를 운용하고 있는 이유다.

사랑도 변한다. 하지만 변질방지법 같은 건 없다.

상온에서 사랑은 얼마나 오래 변치 않을까.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30개월이라고 한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 2006년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에 초청된 독일 영화다.

원제(The Fisherman&His Wife)보다 훨씬 센스 있는 제목이다.

성공지향의 적극적인 여자와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남자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데,

그들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차분하게 다룬 작품이다.

 사랑을 측정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대뇌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신경물질과 호르몬으로

사랑의 크기를 잴 수 있다고 말한다.

연애에 빠지면 뇌에서 도파민·페닐에틸아민·옥시토신·엔돌핀이 다량 분비되고

사랑이 식으면 이런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2년 코넬대 연구팀은 남녀 간의 뜨거운 애정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50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대략 1년 반이 지나면서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화학물질 생성이 더뎌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심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다한 것일까.

그렇다고 다 깨지는 건 아니다.

 식품도 비슷하다.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다 변질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은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은 무조건 판매를 금하고 있다.

만든 기업이 다 수거해 폐기해야 한다. 의약품이나 화장품에도 유통시한이 있다.

 업계에선 유통기한이 너무 엄격하다고들 한다.

냉장고가 흔치 않을 때 정해진 기준이라고도 한다.

우유의 경우 유통기한이 5-7일인데, 냉장시설에 잘 보간하면 20일 정도는 문제 없다고 한다.

과자와 라면은 보통 6개월 안팎인데 이보다 한두 달 늘어난다 해도 국민건강을 해칠 일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유통기한(sell-by-date)보다 긴 소비기한(use-by-date)이라는 새 용어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이다.

언제까지 소비하라는 날짜다. 일본과 영국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소비기한이 남은 제품의 값을 왕창 낮추면 물가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아원·양로원에 식품 보내기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라고 한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일이다.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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