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아침
자목련과 라일락이 한데 어우러졌어요.
단풍나무에도 어느새 어린 잎들이 뾰족뾰족.
봄맞이꽃 무더기와 용담과 식물인 구슬붕이
언뜻 보기엔 안개꽃 처럼 여리디 여린 하늘하늘한 꽃.
겨우내 실내에서 지내다 밖으로 나온지 얼마 안 돼
적응이 힘든듯한 아디안텀에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다가가 말을 건다.
작년 봄에 사다 꽃을 실컷 즐기고
겨울동안 실내에 들여두었더니
뽀시락뽀시락 잎이 나오고 꽃망울이 생기기에
따뜻한 햇살 아래 내어놓았다가
잎이 누렇게...아차~!
너무 성급했구나. 햇볕 가리개라도 해줬어얀디...
겨우겨우 보듬고 얼러주자
이렇게 장미꽃 같은 예쁜 꽃을 피운 장미앵초.
노란 겹수선화와 황금회화나무가
오늘은 세트로 인사를 한다.
이사온지 얼마 안 된 황금회화나무에게
토박이 수선화가 환영의 세리머니를 격하게 하였던지
꽃대가 쓰러진 게 몇이나 된다.
비록 얼마 아니지만 봄날 눈길을 사로잡는
어여쁘고 앙증스런 무스카리.
식구가 제법 늘었다.
패랭이꽃만 아니었으면 더 많이 늘었을텐데...
뒤늦게서야 패랭이꽃 하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 시켰다. 이 사랑스런 아이들을 위해.
재작년에 구근으로 사다 심은 튤립이렷다.
냥이들 징검징검 밟고 넘나드는 위치라서
보호 차원에서 각별히 신경을 쓴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화사한 꽃을 피웠다.
울집 텃밭의 월동 작물들.
상추를 부지런히 먹어야겠다.
침실 창문으로 보이던 흰라일락이
담장 위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꽃그늘 아래 여름별궁으로 쓰던 시절에
묵나물도 삶고 꼬꼬닭도 삶아 먹던 낡은 솥단지...
애석하게도 화덕이 삭아서 무너져버려
덩달아 얘도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이곳에서의 아침은 늘 새롭다.
어제 모종 사러 시내 나갔다가
사온 취나물을 볶았다.
울집 텃밭 출신하고는 차원이 다르게
늘씬날씬한 키다리 취나물이다.
오늘 아침은 생략하겠다는 딸랑구
달래서 채식으로 이렇게 차려주었더니
안 줬드람 클날뻔~! ㅋㅋ
옛두부 따끈하게 해서 3년 묵은 김치랑
먹으니 와따미~!! 겁나 맛나다.
묵은지 한 통을 김치냉장고 한 쪽을
냉동실로 전환해서 넣어두길 잘했지.
옛날에 김치냉장고 나오기 전에 묵은지를
냉동시켰다가 여름날에 먹었던 생각이 나네.
손꼽아 기다리던 초록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층층나무에 내려앉은 초록나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