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Merry Christmas~!!

꿈낭구 2023. 12. 25. 14:19

23년 12월 25일 월요일

간밤에 또 눈이 내리더니

오늘 아침까지 소리 없이 바람 한 점 없는 새벽 공기를 가르고

엄지손톱 만한 눈송이가 폴폴 내린다.

수직으로 천천히 내리는 눈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아침.

요즘엔 새벽송도 없으니

대신 천사인형의 새벽송을 즐겨보기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오늘 같은 날에 출근을 하게 된 아이 생각에

먼저 일기예보와 도로 상황이 궁금하다.

이곳으로 이사 하면서 우리의 삶의 리듬이 많이 달라졌다.

적막하리 만치 고요한 새벽.

기도와 말씀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천사 인형 처럼 입을 크게 벌려 

아기 예수 오심을 찬양하고 싶다.

트리의 목각 장식물을 하나하나 눈 맞추듯 바라보고

젊은 시절에 직접 만들었던 산타할아버지와 천사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참 세월이 언제 이렇게 지났나 싶다.

아이 어렸을 적에 이 창가에 서서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헨델의 메시야를 따라 부르던 모습이 떠오른다.

기저귀를 찬 두리뭉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입을 크게 벌리며 이런 모습으로 불렀었다.

그 시절 이곳에서 살 적엔

새벽송도 있었는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러 

제2의 고향처럼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득한 세월을 지나온 듯하면서도

느낌이 다른 새로운 삶이다.

천사들의 노래를 따라 불러볼 끄나? ㅎㅎ

올해는 내가 어깨 통증으로 인해

성탄 장식도 간소하게 했더니

살짝 허전하기도 하다.

'메시야 ' 연습을 하느라 저녁마다 교회에서 모이곤 했던

우리의 믿음의 벗들이 그립다.

내 몸이 부실한 것처럼

요즘 오디오 시스템도 뭔가 삐그덕 거려서

이번 겨울엔 캐롤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초롱초롱 해맑던 주일학교 아이들의 성탄 노래극이 담긴

아주 오래된 녹음 Tape를 꺼내서 들어볼까?

날이 밝아오고

오늘 아침은 아주 간단한 치즈돈까스를 준비했다.

얼마 전에 만들어 둔 뱅쇼를 곁들였다.

만들어서 딸랑구 절반 넘게 들려 보내주고

남은 게 조금이다 보니 

도둑맞은 것 같댄다.ㅋㅋ

내가 홀짝홀짝 혼자 마셨냐는 의심의 눈초리루다...

그럴 리가...

내가 그럴 만큼 된다면 성탄절 아침을 이렇게 간소하게 차렸을까...

냉장고 속의 재료들로 대충 이렇게 준비했다.

사이드 메뉴는 깔끔하게 미리 만들어 둔 피클만...

지난주에 미리 만들어 둔 뱅쇼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너무 초라할 뻔했다.

딸랑구의 빈자리가 아쉽다.

항상 함께 했었는데

하필 오늘 출근을 해야 한단다.

눈이 제법 많이 쌓였는데 새벽에도 계속 눈이 내려

오늘 같은 날엔 아이의 출근길이 걱정이다.

우리 지역이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데

아이 출근길의 도로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다.

제설은 되었으려나?

운전중일지도 몰라 전화하기도 그렇고

모쪼록 무사히 출근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아침 식사를 했다.

요즘 계속 눈이 내려서 집콕을 하다 보니

식재료가 마땅치 않아

집에 있는 야채들로 대충 이렇게 준비했는데도

맛있다며 즐거워하는 남푠이 고맙다.

눈을 날려내도 다시 쌓이는지라 

오늘은 그냥 두기로 했다.

계속 내리는 눈으로 고양이들도 겨울나기가 힘들겠다.

하지만 눈은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다.

올해에도 온라인으로 성탄절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언제쯤 이전의 생활리듬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잠시 그치는 듯 눈발이 잦아들더니 다시 날리기 시작했다.

바람 한 점 없이 수직으로 아주 천천히 내리는 눈송이들을

창밖으로 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경계석 높이까지 쌓인 

눈 위로 고양이들의 발자국이 어지럽다.

나는 언제쯤 건강이 회복되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무척 힘든 가운데도 올 한 해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은혜였다.

감사의 순간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한

삶의 기록들을 꺼내보며 다시금 힘을 내보도록 하자.

새들이 날아들며 쌓인 눈들이 쌀가루처럼 흩어져 날린다.

창밖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쳤다.

고양이들은 털옷이라도 입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가엾어서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았을까? 

제일 먼저 담갔던 동치미를 바깥 데크로 가져다 놓고 깜빡했더니

동치미가 꽁꽁 얼어붙어서 클났다.

폭망의 조짐.

남푠이 애지중지 심고 가꾸어 길러낸 무우 중에서

가장 이쁘고 야무진 넘으루다 골라서

공들여 담근 동치미였는뎅...

행여 눈치챌까 봐 데크의 밴치 밑으로 밀어 넣어

잘 안 보이게 슁겨 두었다.

우쨔튼지 오늘은 메리 클쑤마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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