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설산의 매력

꿈낭구 2012. 1. 28. 15:42

 

눈이 내려서 도서관에 다녀오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산에 가볼랬더니 암만 기다려도 오지않는 야속한 버스.

기다리다 지쳐서 집에 돌아와 밥 먹고 기운차려서

눈이 수북허니 쌓인 차를 겨우 세수만 시켜서

조심조심 달려가는데 목덜미도 안 씻고 집을 나선 빠방이가

하얀 눈가루를 뿌리며 낭만을 노래했었다지...

설핏 해가 기운 시간에 산에 들면서도

여기저기 한눈팔게 너무 많아서리...

수정고드름, 돌담이 탐이 나는곳을 지나

어린시절 겨울방학책이 생각나는 그림같은 푸근한 풍경...

이렇게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얼음장 밑으로 흘러 내리는 물소리

고것 참~! 노래 쥑인다.ㅎㅎ

 

 

어느 시인이 이슬은 하늘에서 내려온 맨발이라 했던가?

그렇담 이 어여쁜 백설은 무어라 이름 짓는다지?

새소리, 바람소리...

수많은 소리들 중에서 여기로 온 발소리를 알아차렸을까?

이 어지러운 발자욱은 뉘것이람?

세수하러 온 새들의 발자국일까?

 

 

알레그로에서 아다지오로 바뀌는 길목에서

등줄기에 살짝 땀이 났다.

박설-자국눈, 분설-가랑눈, 세설-가랑눈, 야설-밤눈, 초설-첫눈, 폭설-소나기눈, 잣눈-많이 쌓인 눈

촌설-한 치 정도 쌓인 눈, 척설-한 자 정도 쌓인 눈

돌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르며 온갖 눈 이름을 붙여본다.

설산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렀다.

맙소사~!

이걸 어떻게 우리끼리만 누릴 수 있담!!

잠깐 구름 사이로 나타난 햇빛에 놀란 백설들의 군무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던 곳

누군가를 배려하고 싶어지는

기쁨이 확대재생산 되는 마법의 벤치

아름다움에 예민한 사람들을 사정없이 붙드는 곳

흑백이 뚜렷한 이곳은 백문이 불여일견

흔적을 남긴 발걸음들을 따라

우리도 발자욱을 함께 보태었다.

 

절벽 아래로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가 되기전

여기에서 심호흡을 하는걸까?

나뭇가지가 휘도록 풍성한 눈

발자욱 하나 없는 이곳에서 잠시 갈등.

헤매지 않고 과연 길을 잘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결국 오르기로 했다.

발이 푹푹 빠지고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가며 겨우 오른 첫 번째 능선

내가 이름지은 '에덴'이란곳.

캐나다 숲 같은 늘씬날씬 편백나무숲

 

솔숲과 대숲의 합창

쌓인 눈의 무게를 못견디고 모로 누운 대나무들.

 

바람 한 줌에 하얀 보석들이 황홀하게 내려온다.

설산의 매력이란 바로 요런것!

주차해둔곳에 이르러

 마을 입구의 어느집 초소(?)

'나두 밥값은 헌다우...'

경계근무중인 멍멍이.

고놈 참 목청도 우렁차드라.ㅎㅎㅎ

'얌마...여긴 늬집 아녀. 길이라구 길!

지나가는 길손한테까지 짖고 덤비믄 워쩔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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