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금강하구둑 철새를 만나러...

꿈낭구 2012. 2. 3. 12:07

 

 

우와~~!!

이 많은 새들이 갑자기 어디에서 날아오른 걸까요?

저 건너편 강물 위에서

약속이나 한듯이 시커멓게 하늘을 향해 일순간 날아 오르더이다.

 

 

지난주 오후에 금강하구둑으로 철새를 만나러 갔었지요.

하늘이 청명해서 저녁노을도 멋질것 같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려는데

울딸랑구 왈~!

'엄마, 기죽지 마세요. 사진작가들 요-따만헌 카메라에

망원렌즈 길다랗게 매단거 보고 기죽지 마시랑게여'

ㅎㅎㅎ 그도 그럴것이 공부허는 딸랑구에게

울신랑 방문을 삐죽허니 열고서

'엄마 델꼬 출사 나갔다 오마잉?'

ㅋㅋㅋ 출사는 무신 출사다요.

동네 강아지들도 웃것넹.

 

 

오메낭~!

무신 철새 구경꾼들이 이케도 많당가요?

모두들 중무장을 허고 한 곳을 바라보고 서 있는 군상들에 고만 놀랐구먼요.

 

차에서 내려 강둑에 올라서니 와따미...무신 바람이 그렇게 매섭다요잉?

볼때기(?)가 달아날것 같이 싸헌 바람에

자라목처럼 잔뜩 움츠리고 울신랑 뒷덜미에 그림자 맹키로 붙어서서

겨우 눈만 빠꼼허니 새가 워딨나허고 두리번 거렸지요.

 

 

한 곳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던 군중들이

갑자기 '우와~!!' 환호를 헙니다.

얼렁 카메라를 뽑아 들었지만

너무 멉니다.

줌으로 아무리 당겨봐두 겨우 요정도로...

이럴줄 알았음 반대쪽으로 가볼걸 그랬쓰요.

아닌게 아니라 모두들 엄청난 포스를 풍기는 카메라들을 장착허고

날아오르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하야

두 눈을 부릅뜨고 매서운 칼바람도 마다허지 않고서

늘어선 사람들조까 보셔라.

비록 까마득한 거리이기는 하지만

물 위에서 순간 날아오르던 새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군무를 선물허는디

증말 장관입디다요.

 

 

울신랑 한 마디 거듭니당.

'어고...내가 알바를 혀서라두 아내 망원렌즈를 사줘야긋땅~!'

말씸만으로도 겁나게 고맙등만유.

허지만 으리으리헌 렌즈를 장착헌 프로들도

카메라에 담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고 모두들 안타까워헙니다.

흡사 연기가 사라지듯...

이런 광경을 직접 맨눈으로 목도허기는 생전 처음이라서

얼마나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지요...

모였다가 흩어졌다 시시각각 시야를 어지럽히는 새떼들의 현란한 춤사위에

추운줄도 모르고 모두들 숨죽이고 바라봅니다.

 

 

집에 있는 망원렌즈와는 카메라에 맞질 않아서...

내 깊은 곳에서  조만간 근사헌 망원렌즈를

 하나 장만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었당게로요. 

 

 

내가 가진 카메라로는 저 아름다운 새들의 자태를 담기 어렵겠더라구여.

ㅎㅎ 개미 허리에 권총을 채우기 보다 힘든 일인지라

일찌감치 포기허고 마음속에 담기로 했습죠.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추위를 무릅쓰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진작가분들이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반대쪽에서만 내내 군무를 자랑하고는

끝내 이쪽으로는 날아오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가올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칼바람에도 눈을 있는대로 크게 키우고서

이 놀라운 광경을 가심에 몽땅 담아갖구 왔다우.

것만으로두 족혀야쥬.ㅋㅋ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을 보아허니

쉽사리 노을을 보여줄것 같지 않아서

남들보다 앞서 철수를 하려는데 어찌나 차들이 많은지...

철새 조망대까지 빠져 나오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답니다.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뭐...오늘만 날인가요?

언젠가는 제대로 비상하는 광경을

멋드러지게 담아갖고 올테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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